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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고, 요양원 시절22

고등어 비린내로 인해 떠올린 그때의 악몽과 그리움 저녁에 #고등어를 굽다가 기름이 주방 바닥에 살짝 튀었다.​ ​ 겨우 한 토막이었고 밀가루를 입힌 상태였기에 걸레질 한 번이면 충분했으나 식사 준비를 중단하고 바닥 전체에 퐁퐁까지 뿌려대며 생쇼를 했다.​ ​ 비린내로 인해 요양원 시절을 떠올리는 게 죽기보다 싫었나 보다.​ ​ 그 시절 나는 질리도록 고등어를 먹었다.​ ​ 거의 무료에 가까웠기에 제대로 된 식사를 기대할 수 없었고 이런 상태에서 그나마 돈을 추렴하여 종종 사다 먹던 게 고등어다.​ ​ 우리는 일부러 소금을 아주 많이 뿌려달라고 생선장사에게 요구를 했다.​ ​ 고등어 양에 비해 먹을 사람은 너무 많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한두 점이라도 집어먹으면 입맛이 확 살아났다.​ ​ 그땐 비린내도 거의 신경 안 썼다... 2022. 6. 7.
투병하느라 다 날려버린 내 청춘에 대한 회한 #요양원에서 투병하느라 날려버린 청춘에 대한 회한은 절대 사라지지 않네. ​ ​ 남들은 일자리 구해 자리 잡고 배우자를 찾는 황금 같은 시기를 동굴 같은 골방에서 스스로에 대한 저주만 하고 보냈으니.... ​ ​ 나도 남처럼 이 시기를 누릴 수 있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 런지.... ​ 아무리 잊으려 해도 안 잊히는 그때 그 시절. ​ ​ 원효가 이런 일 겪었어도 일체유심조를 쉽게 말할 수 있었을까. ​ 2022. 5. 1.
20년 만에 다시 방문한, 내 영혼을 좀먹던 곳 "한잔하세요" "여보, 제발 이러지 마" "당신에겐 내가 더없이 추해 보이겠지만 날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당신만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겠다는 거야?" ​ #알코올 중독자 부부를 다룬 이란 미국 고전영화의 한 장면이다. 업무상 술을 자주 마시다 중독에 빠진 남편 탓에 어느새 아내도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 이들은 서로를 동정하며 중독에서 못 빠져나오다가 결국 남편은 헤어 나오고 이런 남편을 아내는 매우 원망한다. ​ 오늘 오후에 한때 내가 한탄과 번민 속에 세상을 저주만 하던 장소를 잠시 방문했다. 근처 자문사에 들렀다가 저절로 발길이 이곳으로 향했다. ​ 20여 년 전, 나와 비슷하게 한순간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었다. 다들 가족들로부터.. 2022. 4. 26.
요양원에서의 지옥 같던 그 시절로 인한 악몽 누군가와 친해져 편하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늘 #한계점에 부딪친다.​ ​ 20대 중후반의 대학 졸업 직후 이야기를 할 때가 바로 그것이다.​ ​ 일반적인 사람들은 인생의 황금기인 이 시기에 취업을 하고 연애를 통해 결혼을 하는 등 인생의 기본 설계를 마친다.​ ​ 고시나 사업에 매진했던 사람도 성공여부와 무관하게 이 시기엔 목표달성을 위해 피눈물 나게 노력을 하기에 나중에 할 말이 얼마든지 있다.​ ​ 하지만 나는 이 시기를 요양원에서 고스란히 날려버렸다.​ ​ 의미 있는 일은 전혀 못한 채, 말 그대로 썩혀 버렸다.​ ​ 그래서 이 시기 이야기가 나오면 할 말이 전혀 없고 그저 쥐구멍으로 숨고 싶을 따름이다.​ ​ 한때는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이야기했지만 이를 들은 사람들은 겉으로는 동정을 하나 대부분은.. 2022. 4. 9.
슬픈 추억이 깃든 거리를 다시 내 발로 찾아오다니 한없이 슬픈 #추억이 깃든 거리에 다시 두 발로 우뚝 설 자신이 전혀 없었다.​ ​ 이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이해가 안 갔다.​ ​ 이랬던 내가 이젠 이해 못 할 대상이 되었다.​ ​ 나도 나를 모르겠다. 2022. 4. 2.
칭얼대는 나에게 돌아온 따끔한 말 "형, 나 요즘에 매일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큰돈은 아니지만 꾸준히 벌기도 해. 책도 또 썼어. 이 정도면 무진장 환골탈태한 거 아냐?"​ "명주야, 이렇게 말해서 미안한데 그 정도는 세상사람 거의 다가 하는 거야. 책 쓴 건 칭찬할 만하지만 그 동안 네가 낭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앞으로 한 10권은 더 써야 과거를 보충할 수 있지 않을까?"​ ​ 어제 간만에 만난 형님과의 대화.​ ​ 사회 나와서 알게 된 #일용직분인데 아버지처럼 푸근하다.​ ​ 그래서 칭얼대기도 하는데 술김에 칭찬 좀 받으려고 말을 꺼냈다가 의도와는 다른 답을 들었다.​ ​ 좀 섭섭하긴 해도 맞는 말이다.​ ​ 남들 다하는 걸 나는 이제서야 따라하며 티를 내려 했으니....​ ​ 이유야 어쨌든 황금보다 귀중한 청춘을 아무것도 못 해보.. 2021. 12. 16.
술이나 담배 없이는 도저히 돌아볼 수 없는 그 시절 대학 시절 신세를 진 친구에게 아들 옷값이나 하라고 일정액을 송금했다.​ ​ 상황이 안 좋은 건 전혀 아니고 치밀한 삶의 자세를 지녔기에 괜찮은 여건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잘 살 친구다.​ ​ 무척이나 어색해하며 절대 안 밝히려 하는 계좌번호를 회사까지 찾아가서 괴롭힌다는 협박(?)을 통해 간신히 알아내고 바로 송금했다.​ ​ 이 친구는 나에게 아주 큰 은혜를 베풀어줬다.​ ​ 그게 벌써 수 십 년 전이고 그냥 술 한 잔 사며 때워도 되겠지만 왠지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었다.​ ​ 그런데 이 친구로부터 은혜를 받은 직후, 나에겐 다시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큰 불행이 닥쳤다. 그걸 극복, 아니 받아들이기 위해 10여년을 허송세월 했고 어렵게 어렵게 내 성에는 안 차지만 그냥 저냥 살아.. 2021. 11. 3.
투병 탓에 청춘 날린 환자와 극악한 전과자의 공통점 "정신을 차려보니 교도소에 내가 있는 거야. 14년을 살아야 한대. 다시 또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이 다 지났다고 나가래. 그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난 늙은이가 됐어. 마음은 교도소 들어가기 전의 청춘인데 세상은 날 절대 그렇게 안 봐"​ ​ 오늘 만난 사람이 해준 말. 젊어서 욱하는 성미에 큰 #범죄 저질렀다가 #장기형 살고 나온 자이다.​ ​ 다른 건 모르겠고 사고 당하기 전후의 내 마음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 사고 당하고 정신 차려보니 주위엔 아무도 없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들어갔다. 여러 곳을 들락거리며 어떻게든 낫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다 보니 청춘은 다 갔고 십수 년이 흘렀다.​ ​ 그 후 사회 나와서 입에 겨우 풀칠하다가 #노무사 된다고 껍적였고 결국 자격증 따고 얼.. 2021. 10. 24.
노래가 끝나갈 때의 그 공포 "절대 멈추지 마!!! 부른 노래 또 부르더라도 결코 스톱하면 안 돼"​ ​ 요양원 시절, 추석이나 설이 가까워지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원생들은 막걸리를 사다 먹곤 했다.​ ​ 안주라곤 김치가 전부였지만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나처럼 술을 못 마시는 자도 한두 사발은 꼭 마셨다.​ ​ 얼추 취기가 오르면 누군가가 노래를 시작했다.​ ​ 싸구려 뽕짝부터 발라드, 가곡까지 종류는 상관이 없었다.​ ​ 사람들이 많이 아는 노래일수록 환영받았고 너도나도 따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처음 일정 시간은 분위기가 대단히 좋았다.​ ​ 하지만 차차 새로이 나올 노래도 없고 사람들도 지쳐갈 때면 묘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 가족에게서도 버림받은 잉여인간에 불과하다는 우리 모두의 처지를 노래가.. 2021. 9. 12.
왜 '나'에게 그런 일이? "난 내가 실명하기 바로 전날을 너무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 센치하게 만드는 비가 왔고 이를 마음껏 즐기며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셨지. 그리고 집에 와 보고서를 마무리 짓다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눈을 뜨자 세상이 온통 암흑으로 변해 있었어"​ ​ 내가 사고를 당하던 날에도 비가 왔다.​ ​ 당시 별다른 걱정 없던 나는 강의를 듣고 알바를 했으며 만화가게에서 라면까지 곁들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그러다 저녁에 술을 한잔했고 귀가하던 길에 그 사고를 맞이한다.​ ​ 내가 겪은 사고에 대한 통계자료를 보니 대충 1/100000확률로 매년 발생한다.​ ​ 그런데 나는 치료과정에서 의료사고까지 겹쳤다.​ ​ 의료사고 확률을 1/10000이라 잡으면 서로 독립이니 십억분의 1의 확률에 당첨된 거다.​ ​.. 2021.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