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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문학, 글쓰기, 번역113

<독후감> 중국 스파이 전쟁(마음을 중시한 모택동, 스펙을 중시한 장개석) 저자: 홍윤표 1. 일단 이 책은 무지 술술 읽힌다. 시중에 나와있는 #중국 근현대사 관련 책들 상당수는 외국인이 쓴 걸 번역했고 그 번역의 질이 하도 낮기에 읽다가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한국인이고 글솜씨가 뛰어나기에 가독성이 짱이다. 2. 장개석과 모택동 간 벌어진 전쟁에서 활약한 스파이들을 다뤘다. 서양인 스파이와는 달리 흔하게 접하기 어려운 동양인 스파이가 주인공이기에 호기심에 골랐고 다 읽고 난 지금 이 선택에 십분 만족하고 있다. 앞부분에선 장개석과 모택동이 지휘한 스파이 부대 전반에 대한 거시적인 서술을 하고 있고 중반부 이후는 모택동 편에서 싸운 스파이들을 집중 소개한다. 장개석 측의 스파이는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렵고 아무래도 승리자가 모택동이다 보니 .. 2023. 3. 20.
보고서 잘 쓰는 요령(내 돈벌이의 비결) 보고서 잘 쓰는 요령(내 돈벌이의 비결) ​ 아까 밥을 먹는데 누가 그런다. ​ 그렇게 괴팍하면서도 어찌 큰돈 버냐고. ​ 이 질문조차 짜증스럽게 느낄 만큼 난 성격이 안 좋지만 굳이 답을 생각해 보니 보고서를 곧잘 쓰기에 그런 것 같았다. ​ 사장(프리랜서), 직장인, 자격사, 학생, 교수 등의 구분 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 고객, 물주(원청), 관공서, 학교, 학회 등을 대상으로 각종 보고서나 제안서, 리포트, 논문 등을 써야 하는 현대 사회의 특성과 제출자에 대한 평가에서 이 서류들이 차지하는 아주 큰 비중을 고려해 본다면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나 역시 노무사란 자격사로서 결국은 관공서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 내지는 의견서(답변서) 덕에 먹고 살고 있고 이것들에 대한 .. 2023. 2. 4.
성범죄자 고은 시인의 문단복귀에 그저 침묵하는 다수 문인들 #성범죄자 고은의 문단복귀에 대해 침묵하는 다수 문인들: ​ 평소엔 남녀차별, 인권문제, 권위주의, 부정부패 등 각종 사회부조리에 대해 무진장 목소리 높이더니 고은 사건에 대해서는 거의 다가 벙어리마냥 입을 닫고 있다. ​ 이런 한국문학에 미래가 있을까? ​ 신경숙, 김윤식의 표절에 대해 거의 모든 문인들이 보여준 침묵의 카르텔이 무진장 역겨웠는데 이번엔 더하다. ​ 그 잘난 작가나 평론가, 출판관계자들은 왜 아무 소리 못 하고 있을까? ​ 자신들의 아내, 딸, 누이가 성범죄의 피해자가 돼도 역시나 그저 참기만 하려나. ​ 한국문학이 괜히 망해가는 게 아니네. ​ 드러워도 어쩜 이리 드러울까. 2023. 1. 11.
도박묵시록 카이지에게 쓰는 편지 도박묵시록 카이지에게: ​ 안녕, 카이지야. ​ 넌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한국에 최초로 정식발매 됐을 때부터 네 팬이었단다. ​ 먹고 살기 바빠서 너에게 신경을 못 쓰다가 아주 간만에 네 근황을 알아보니 여전히 도박에 미쳐 살더구나. ​ 카이지야. ​ 이젠 네 나이도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 네가 세상에 나오고 벌써 수십 년이 흘렀건만 왜 너는 조금의 변화도 없이 도박에만 빠져있니? ​ 처음 너를 접했을 때 나는 가진 것 하나 없는 백수였지만 어찌어찌 하다 보니 이젠 노무사가 되었고 작은 아파트도 마련했단다. 카이지야. ​ 네 자존심 상할까 무척이나 조심스럽지만 이젠 네 행보가 쾌감보다는 안타까움을 더 자아내는구나. ​ 작가입장에선 늙어죽을 때까지 사골뼈 우려먹듯 너를 이용해 먹으려 하겠지만 수단.. 2022. 11. 28.
독후감: <한낮의 어둠> (이념에 모든 걸 걸었던 자들에 대한 소설) 독후감: 한낮의 어둠​ 저자: 아서 쾨슬러​ 출판사: 후미니타스​ ​ 공산당 활동을 하다 전향한 작가가 스탈린 시절 소련을 가상의 국가에 빗대어 비판한 작품이다.​ ​ 근자에 본 소설 중 가장 무거웠기에 1달 만에 간신히 완독했고 소감은 다음과 같다.​ ​ - 번역이 좀 그렇다. 지시대명사의 적절한 사용 등에서 많이 미흡해 보인다. 한 번에 이해 못 하고 2번, 3번 읽어야 하는 구절이 많아서 짜증이 빈번했다. 80년대 초에 한길사에서도 최승자 시인의 번역으로 이 책이 나왔었다던데 번역 수준을 비교한다는 차원에서 꼭 구해서 보고 싶다. ​ ​ ​ - 오늘날 진보 측의 고민과도 일맥상통한다. 옳은 일을 하기에 어떤 수단이라도 선택가능하다는 주장과 목적이 수단을 늘 정당화시켜주지는 못 한다는 주장 간 대립은.. 2022. 9. 7.
더티한 나를 변명하기 위해 또 빌려온 책 예전에 한 번 보았지만 또 보고 싶어서 빌려왔다. #더러움도 인생의 일부이거늘.... 더티한 나를 위한 변명의 수단이려나. 2022. 9. 4.
목숨을 건 결투보다 글쓰기가 더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 소설가 #김훈 씨는 출세작인 를 집필하며 하도 고민을 해서인지 치아 여섯 대가 저절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고 리영희 교수는 간단한 기고문 작성 시에도 원서인 그 방대한 미의회속기록 등을 이 잡듯 뒤지며 항상 사실에 근거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이들의 사상이나 삶의 태도에는 동의 못하는 부분도 적지 않지만 글 쓰는 태도만큼은 더없이 존경스럽다. 이런 집필 태도의 1/10이라도 따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 2022. 9. 4.
자매들 모두 가슴이 작기에 '작은 아씨들'이란 제목이 붙은 것 같습니다 "자매들 모두 가슴이 작기에 작은 아씨들이란 제목이 붙은 것 같습니다" 중학교 시절, 소설 에 대해 국어 선생님이 언급하시며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를 아냐고 학생들에게 질문하셨고 나는 이와 같이 답했다. 이로 인해 나는 어린 #변태로 취급 받고 국어 선생님의 구타도 견뎌야 했다. 어제 우연히 방문한 서점에 그림책이 있기에 대충 보니 자매 4명 모두가 끽해야 A컵이다. 아니, 아예 가슴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갑자기 중학교 시절 옳은 소리를 했는데 탄압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변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 혹은 진실을 거부하지 않은 양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022. 9. 3.
인상 깊게 봤던 책 속의 음식 묘사들 대충 기억나는 책 속의 음식 묘사들 1. #김훈의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두 젊은 남녀가 밤에 라면과 김밥을 같이 먹는 장면이 나온다. 라면을 끓이면서 파와 계란을 넣고 파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밤중 라면의 향긋함과 날카로움을 논하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 장면을 밤에 읽는다면 십중팔구 라면이 갑자기 먹고 싶어질 것이다. 2. 헤밍웨이의 군인인 주인공 남자가 포탄이 퍼붓는 전투 중에도 시장기를 느끼고 지휘관에게서 스파게티 한 접시와 치즈 한 조각을 얻어 온다. 동료들과 둘러앉아 포크도 없이 한 번씩 돌아가며 손가락으로 집어먹는 장면이 기억이 난다. 포탄이 일으킨 먼지가 덮인 치즈 표면을 칼로 들어내고 그 치즈를 먹는 장면도 생생하다. 스파게티 소스와 면 그리고 치즈는 .. 2022. 9. 2.
도서관까지 가서 빌려온 이 책을 갑자기 읽기 싫어졌다 퇴근길에 빌려온 책; #스탈린 시절 소련 내 권력투쟁을 다룬 책.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민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당연한 문제 제기를 한 당내 구성원들을 숙청하여 1인 독재를 공고히 한 공산주의의 현실을 여지없이 드러낸 책. 보수는 권력을 잡으면 지금의 한국처럼 썩을 수박에 없고 진보는 권력을 잡으면 이 책에 나오듯 전체주의나 독재로 흐를 수밖에 없나? 이 책은 그 평이 대단히 좋기에 이미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그래서 꼭 보고 싶었다. 근데 어제 저자에 대해 검색하다 충격적인 기사를 본다. 저자가 친구 부인에 대한 강간을 일삼은 자라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본인과 남편의 명예를 위해 쉬쉬하다가 저자의 이중성에 질려서 폭로했다던데 사건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이기에 물증은 없단다.. 2022.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