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대학시절 친구를 만났다.
몇 년 전 회사 그만두며 법적인 분쟁이 생겨서 나에게 자주 전화했던 녀석이다.
그 일이 떠올라 잠깐 언급하자 자신은 전혀 생각 안 난단다.
나중엔 하도 우기기에 당시 주고받은 문자까지 보내주자 그래도 기억이 없단다.
눈빛을 보니 절대 거짓말은 아니다. 진짜 #기억이 안 나는 눈치다.
이런 자들을 종종 본다.
과거 특정 사건이나 시기를 철저히 망각한 자들.
본인들 입장에서 기억하기 싫은 사건이나 시기가 주된 대상이던데 이 역시도 자기보호본능의 자연적 발현이라 봐야 할까?
요양원 시절 연을 맺고 사회 나와서 다시 만난 자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에게 요양원 시기는 지옥이나 다름없었기에 저절로 망각했는지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면 정말로 기억을 전혀 못 했다.
이런 사람들 보면 정신건강은 좋은 것 같다.
신경정신과 약의 기본 메커니즘이 일상적인 감정의 발산을 억압하여 사람을 좀비처럼 만드는 것이라 볼 때, 괴로웠던 사항들에 대해 스스로 망각하는 능력은 어찌 보면 신의 축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능력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
나 역시도 무수히 많은 안 좋은 기억이 있고 매일매일 이로 인해 괴롭지만 행복한 좀비가 되느니 고통스러워도 인간으로서 살고 싶다.
그래선지 난 안 좋았던 일들도 아주 세세히 기억하는 편이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이를 통해 뭔가를 배우고 깨달으려 노력 중이다.
어려움에 대해, 도피하는 길과 맞서서 싸우는 방법 두 가지만 존재한다고 가정할 때 어떤 게 더 바람직할까?
케이스바이케이스겠지만 내 성향엔 후자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더 피해를 보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프기도 하지만 늘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 스탠스를 꼭 유지할 것이다.
메이웨더 식의 소극적 복싱은 싫다.
ko당해도 전진하는 스타일이 좋다.
이를 나중에 저승에서 신에게 이야기한다면 용감하긴 했다며 칭찬해 줄지 어리석음의 극치였다며 벌을 줄지 정말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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