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노무사, 어디 가?"
"이만 나는 들어가 볼게"
"가정도 없는 사람이 왜 벌써 가? 더 놀자"
"강의 준비할 게 있어"
"강의? 수요가 많아?"
"내가 유명인도 아닌데 어딜. 그냥 혹시 요청 들어오는 경우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하는 거야"
"그러다 안 들어오면?"
"나가리 되는 거지"
"너무 허무하네. 너무 불확실한 일에 투자하는 거 아냐?"
"맞는 말인데 이게 내 적성에 맞아"
"유튜브에 그럼 올려 봐. 거기서 인기 끌면 수익 많이 난대"
"그러려고 녹화도 다 했었는데 내 구순구개열 흉터가 너무 눈에 거슬려서 도저히 못 올리겠더라고. 유튜브 하는 사람들 중엔 이렇게 안면 흉터 있는 사람 거의 없고 누구라도 이걸 비난하는 악플 달면 난 못 견딜 것 같아"
"그럼 집에서 당신이 연습할 때, 누가 들어주며 코멘트라도 해줘?"
"당신이 아까 말한 대로 난 가정이 없는데 누가 해주겠어. 그냥 혼자 거울 보고 연습하며 녹음도 했다가 나중에 들으면서 수정하는 거지"
"좀 그렇다. 꼭 그 일 해야겠어? 이 말해서 그렇긴 한데 오프에서도 흉터 있는 강사는 비선호일 텐데"
"맞는 말이야. 나도 잘 아는데 눈이 안 좋기에 무리해서 다른 일은 못하니 이거라도 열심히 준비하는 거지. 그래야 인생 낭비했다는 생각 덜 들 것 같아서"
"코로나 영향도 있지?"
"많지. 대부분 오프라인 강의엔 치명타지"
"그럼 내가 오늘 당신 우울한 기분 달래주려 좋은 게 데려갈 테니 이번만 그냥 쉬어“
“나와의 약속이라 미안, 다음에 꼭 또 마시자”
“혼자 연습 끝나고 나면 허무하지 않아?”
“나중에 죽고 나서 염라대왕이 이승에서 열심히 살았냐고 물으면 이렇게 연습했던 강의를 그대로 보여주며 기회가 오진 않았어도 늘 준비는 해뒀다고 꼭 말할 거야. 그럼 천국 갈 가능성 높아지겠지”
요즘도 #강의준비에 매진하는 내 마음자세다.
근데 이 연습 많이 해두면 부산물이지만 영업에 무지 도움 된다.
진짜 강의 아니더라도 영업하며 만나는 모든 자들에게 나도 모르게 강의 연습한 걸 반복하게 되고 그러면 너도 나도 일을 준다.
고대 그리스의 정치인 데모스테네스는 타고난 말더듬이였지만 조약돌을 입에 물고 연설하는 연습을 하며 웅변의 달인이 된다.
난 구순구개열 탓에 선천적으로 말을 잘 못했지만 전술한 강의연습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공무원 대상 강의에서도 꽤나 높은 평가점수를 받는다.
다른 거 다 떠나 어떻게든 염라대왕 상대로도 사기 쳐 먹으려면 연습 또 연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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