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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업무,강의,소회 등)

이 맛에 노무사일을 사랑한다(feat: 내 주업)

by 강명주 노무사 2022. 12. 29.

- 누굴 #승진시킬까요?

- 그 직원이 혹시 이직하면 어쩌죠?

- 믿을만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다른 노무사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사건화가 되기 전의 평온한 상태에서 노무진단하는 일을 즐기고 그래선지 이 일이 많이 들어온다.

한 회사의 노무와 관련된 전반적인 컨설팅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일은 하지만 겉보기처럼 평온하지만은 않다.

단순히 노동법이나 인사관리 내용뿐만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파벌의 진단, 회사 내 헤게모니의 예상 이동경로 추측 그리고 사장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전술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도 어느 정도는 해주어야 하기에 수면 아래 백조의 발처럼 긴장감 넘치게 일은 진행된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형량 등 재판 결과를 묻는 의뢰인의 질문을 가장 난감해 한다고 한다.

재판은 생물과 같기에 어떤 판검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전개양상을 보일 수 있고 그래서 판결 예측은 무지 어렵지만 큰돈을 받는 입장에서 완전히 쌩까기도 어렵단다.

나 역시 전술한 질문을 하며 이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요구하는 사장들을 만날 때면 차라리 점쟁이가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 번은 5명의 사장 후보 중 누굴 선정할지에 대해 큰돈을 주며 질문이 들어왔고 얼떨결에 승낙하고 이들과 면접을 보다 보니 내가 진짜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서 돈을 돌려주고 없었던 일로 하려 했지만 어차피 외부인의 견해도 참고자료로 필요하니 부담 갖지 말고 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해 달란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사장의 눈빛 속엔 내가 자칫 잘못된 사람을 골랐다는 게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불법체류자 시켜서 내 아킬레스건을 끊을 것 같다는 흉포함이 담겨 있었다.

5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자를 일단 고르고 이 자를 사장 시키라는 최후의 보고서를 보내기 직전에 내가 사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밑의 골목길을 내려다보았다.

당시엔 아무도 없던 이 골목길에 다음에 나타나는 보행자가 여자면 내 기존 결정대로 하고 남자면 그 결정을 뒤집겠다고 마음먹었다.

약 1분 뒤 여자가 나타났고 나는 작성해 둔 보고서를 그대로 보냈으며 다행히 이 사람이 사장 역할 잘 해준 덕에 내 아킬레스건은 지금도 아무 문제 없다.

도저히 답변이 불가능할 것 같던 전술한 질문들도 자꾸 관련 일을 하다 보니 대충 감이 온다.

사람들 많이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시행착오도 종종 겪었고 이를 내가 읽었던 책 속의 각종 지식과 결부를 하니 나름 판단기준이 생겼으며 이게 낮지 않은 승률을 보이는 덕에 사장들은 내 통장에 거액을 입금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절대 배신 안 하고 자신의 수족처럼 대신 일해 줄 직원.

모든 사장들의 꿈인 이런 직원은 운명처럼 다가온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당근과 채찍을 통해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평소 사장에게도 걸핏하면 반말하던 직원이 위기의 순간에도 끝까지 회사를 지키는 것도 봤고, 더 없이 착하고 순종적이던 직원이 사장의 결정적 비밀을 이용하여 큰 이익을 얻으려 했던 것도 봤다.

누가 그랬다.

꼭 직원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뜻에 100프로 따르는 사람 1명만 얻으면 완전히 성공한 인생이라고.

내가 하는 노무컨설팅을 통해 좋은 사람을 선별해 내기도 하겠지만 괜한 사람을 나쁘게 낙인 ​ 찍거나 진짜 인재를 간과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난 내 일이 무섭고 떨리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느끼고 짜릿하기도 하다.

미리 돈 다 받고 나면 성공보수가 남아있지 않은 한, 긴장이 풀린다는 말을 다수의 자격사들은 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노무컨설팅에서 전술한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다 보면 아무리 큰돈을 미리 받아놔도 절대 긴장감이 안 사라지기에 자주 꼬박 밤을 새며 고민에 고민을 한다.

이 맛에 내가 노무사일을 사랑한다고 하면 세상은 이해할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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