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흔한 이야기.
오래 전 중세 때, 어느 유명한 화가에게 교황이 명을 내린다.
교회 벽면을 장식한 두 장의 그림을 그리라고.
한 장은 가장 순수한 얼굴, 한 장은 가장 사악한 얼굴로.
모델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화가는 어떤 시골 마을에서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아이를 발견하고 순수한 얼굴의 모델로 이 아이를 사용한다.
이젠 한 장만 더 그리면 되는데 도저히 모델이 안 보이는 화가.
제대로 된 그림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일념 하에 수 십 년을 더 찾다가 머나먼 이웃 나라의 빈민가에 접어든다.
또 다시 절도를 하다가 걸려서 다구리를 당하고 있다는 중년남성을 발견했는데 얼굴은 사악함 그 자체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모델로 세웠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이야기를 더 해보니 그 옛날 순수한 얼굴의 모델로 삼았던 그 아이가 바로 이 중년이다.
며칠 뒤 이와 대단히 유사한 일을 겪을 듯하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두렵다.
그냥 도망가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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