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장님은 어디 가셨어요?"
"저.... 오늘은 바람이 쐬고 싶다고 하셔서 가고픈데 다녀오시라고 했어요"
아까 동네 재래시장 닭집에서 나와 사장아내와의 대화.
보통은 풍채 좋은 남자사장이 환한 얼굴로 손님을 맞곤 했기에 이상해서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전에 알바 임금 문제로 알게 된 모 시장 상인연합회 회장이 다음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시장사람들이라고 함부로 무시하지 마세요. 여기에도 뜻을 펴지 못한 영웅호걸들이 아주 많아요. 비록 운이 안 맞아서 지금은 생선이나 팔고 있지만 상당수 가슴 속에는 세상을 호령할만한 포부가 한 때는 있었답니다"
이 회장 역시 젊어서는 어려운 시험을 준비했는데 가세가 기울자 이 시장에 흘러들어 왔고 결국 가정을 꾸려가고자 상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자들은 가만 보면 묘한 아쉬움과 여유가 동전의 양면처럼 느껴진다.
시장에서의 돈벌이가 원래의 인생 목표가 아니어서인지 늘 보이는 다소의 아쉬움이 여유로 둔갑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들과 같이 사는 배우자들도 꽤나 힘들어 한다.
언제 남편이나 아내가 원래의 꿈을 좇아 다시 길을 떠날지 모르기에 늘 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전술한 닭 집 여사장처럼 어지간하면 상대를 배려해 준다.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좋은 곳에 가서 마음껏 놀고 오라며 용돈을 두둑이 주기도 하고 명품을 무리해서 사주기도 한단다.
전술한 상인연합회 회장이 이런 말도 했었다.
이렇게 신경을 써줘도 뜻을 펴지 못한 상인들 상당수는 나중에 큰 병에 걸린다고.
평소 별달리 무리하지도 않았지만 결국 마음의 한이 병이 되는 것 같다고.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들의 슬픔을 세상은 거들떠도 안 보겠지만 나는 왜 이리 안타까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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