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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기타글)

새벽 엘리베이터에서 죽이고 싶었던 여자

by 강명주 노무사 2021. 12. 23.

평소처럼 새벽에 운동을 나가는데 배가 살살 아프다.​

조금 과장하자면 날씨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히말라야 정상정복을 나서는 것과 유사하기에 다소 고민을 하다가 그냥 나섰다.​

설마 큰일이 날까 싶었다.​

운동을 중간 정도 할 즈음, 슬슬 신호가 온다.​

괄약근의 위태로움이 느껴질 정도로 장운동이 활발해지며 복통이 심해진다.​

서둘러 귀가를 하자니 땀이 비질비질 날 정도로 상태가 안 좋다.​

재수 없으면 길바닥에서 백두산이 대폭발하겠다.​

한시 바삐 가고 싶지만 여차하면 지리겠기에 함부로 뛰지도 못한다.​

간신이 내 아파트 로비에 도착하고 미친 사람 마냥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댔다.​

도착한 승강기에 숨을 헐떡이며 몸을 싣고 문이 막 닫히려는 찰나, 어떤 여자가 다시금 버튼을 누르고 올라탄다.​

가뜩이나 탑층이라 마음이 더 급한데 이 여자는 한가로이 통화를 하며 중간의 어떤 층을 누른다.​

이 때쯤 적군(?)은 성문 바로 앞까지 진격해왔고 트로이의 병사들처럼 사력을 다해 막아내는 중이다. ​

이 여자가 선택한 층에서 문이 열렸지만 안 내린다.​

어서 내리라고 채근하자 잘못 눌렀다며 그 위의 다른 층을 또 누른다.​

성벽을 타고 적군이 막 넘어올 지도 모르겠기에 나도 모르게 살인충동이 생겨났다. ​

이런 내 마음은 모르는 채 여전히 통화에 집중하는 여자의 유난히 하얀 목을 두 손으로 힘껏 조른 뒤, 지금의 내 상황을 이야기한다면 판검사가 양형에서 감안해 줄까?​

여자는 얼마 뒤 내렸고 나도 서둘러 집에 들어왔다.​

파카도 안 벗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한 덕인지 실수는 안 할 수 있었다.​

​ ​ ​ ​ ​

꼭 대단한 이유로만 살인이 가능할 거라는 기존 관념은 틀린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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