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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노사관계, 산재 등)

노동법 어긴 사장을 형사처벌까지 해야 성이 차는 사람들

by 강명주 노무사 2021. 11. 17.

어제 산에서 반가운 사람을 다시 만났다. 올해 초에 이 산에서 알게 된 중년의 남자인데 당시 이 사람은 벤치에서 혼자 소주를 까고 있었다.​

추운 날씨와 이미 어스름해지는 시각을 생각하니 혹시 잠들면 큰일 날 것 같기에 말을 붙여 보았다.​

직장인인데 얼마 전 짤렸단다. 그건 참을 수 있는데 20년 넘게 헌신적이었던 자신을 헌신짝 버리듯 한 사장에 대한 배신감에 미칠 것 같단다. #원직복귀가 목적이 아니라 복수를 너무 하고 싶단다.​

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차수당 등을 못 받은 게 있다. 아무 노무사 사무실이나 찾아가서 대가를 주고 못 받은 임금을 계산해달라고 한 뒤, 감독관에게 고소를 하라고 했다.​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진정이 아니라 꼭 고소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 마찬가지로 수사관이나 검사에게 처벌을 요구하고 혹시 합의를 상대가 요구해오면 어떤 조건으로도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다.​

합법적인 복수 수단은 이것 밖에 없어 보이고 복수를 조금이라도 해야 이 남자는 다시 일어날 것 같기에 이렇게 알려줬다.​

감독관이나 검찰이 과연 이 사람 주장을 얼마나 수용해줄지 궁금했는데 어제 다시 본 이 남자의 얼굴은 아주 훤했다. 내가 말한 대로 하자 감독관과 검사 모두 기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 소식을 듣자 사장이 먼저 연락이 하더니 합의의사를 적극 표시했단다. 절대 자신에게 고개 숙이지 않던 사장이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자 십년 묵은 한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단다.​

그래도 합의를 안 해줬고 이 사장에겐 소액이지만 벌금형이 내려져서 확정되었단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한은 다 풀렸기에 다시금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다른 직장에 들어갔는데 꽤나 만족스럽단다. 못 받은 임금이나 해고가 문제 아니라 자신을 물건 다루듯 한 사장에 대한 원망이 진짜 컸는데 그걸 풀 수 있었다며 굉장히 고마워했다.​

혹자는 체불임금이나 받게 해주면 그만이지 왜 노무사가 형사처벌에도 끼어드느냐고 말하지만 간혹 이런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금전적 손실보다는 감정적 상처 탓에 매우 힘들어 하고 이들에겐 형사처벌을 통한 응징만이 그나마 다시 살아갈 힘을 마련해준다.​

노동사건에서의 형사처벌에 회의적인 노동관계 종사자들을 가끔 만나는데 인간은 경제적 욕구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PS: 뭐라도 해주고 싶다기에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내 지식으로 인해 누군가가 다시금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겐 가장 큰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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