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에서 반가운 사람을 다시 만났다. 올해 초에 이 산에서 알게 된 중년의 남자인데 당시 이 사람은 벤치에서 혼자 소주를 까고 있었다.
추운 날씨와 이미 어스름해지는 시각을 생각하니 혹시 잠들면 큰일 날 것 같기에 말을 붙여 보았다.
직장인인데 얼마 전 짤렸단다. 그건 참을 수 있는데 20년 넘게 헌신적이었던 자신을 헌신짝 버리듯 한 사장에 대한 배신감에 미칠 것 같단다. #원직복귀가 목적이 아니라 복수를 너무 하고 싶단다.
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차수당 등을 못 받은 게 있다. 아무 노무사 사무실이나 찾아가서 대가를 주고 못 받은 임금을 계산해달라고 한 뒤, 감독관에게 고소를 하라고 했다.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진정이 아니라 꼭 고소를 하라고 했다. 그리고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 마찬가지로 수사관이나 검사에게 처벌을 요구하고 혹시 합의를 상대가 요구해오면 어떤 조건으로도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다.
합법적인 복수 수단은 이것 밖에 없어 보이고 복수를 조금이라도 해야 이 남자는 다시 일어날 것 같기에 이렇게 알려줬다.
감독관이나 검찰이 과연 이 사람 주장을 얼마나 수용해줄지 궁금했는데 어제 다시 본 이 남자의 얼굴은 아주 훤했다. 내가 말한 대로 하자 감독관과 검사 모두 기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 소식을 듣자 사장이 먼저 연락이 하더니 합의의사를 적극 표시했단다. 절대 자신에게 고개 숙이지 않던 사장이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보자 십년 묵은 한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단다.
그래도 합의를 안 해줬고 이 사장에겐 소액이지만 벌금형이 내려져서 확정되었단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한은 다 풀렸기에 다시금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다른 직장에 들어갔는데 꽤나 만족스럽단다. 못 받은 임금이나 해고가 문제 아니라 자신을 물건 다루듯 한 사장에 대한 원망이 진짜 컸는데 그걸 풀 수 있었다며 굉장히 고마워했다.
혹자는 체불임금이나 받게 해주면 그만이지 왜 노무사가 형사처벌에도 끼어드느냐고 말하지만 간혹 이런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금전적 손실보다는 감정적 상처 탓에 매우 힘들어 하고 이들에겐 형사처벌을 통한 응징만이 그나마 다시 살아갈 힘을 마련해준다.
노동사건에서의 형사처벌에 회의적인 노동관계 종사자들을 가끔 만나는데 인간은 경제적 욕구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들은 정말 모르는 걸까.
PS: 뭐라도 해주고 싶다기에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내 지식으로 인해 누군가가 다시금 삶의 원동력을 얻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겐 가장 큰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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