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랑 클래스가 다르잖아"
노동청에서 당장 나오라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며 도와달라는 전화가 아침부터 왔다.
사장인 대학친구가 발신인인데 집안이 원채 좋아서 대학 때부터 잘 나갔고 졸업 후에는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에 들어가 경영 수업을 받았다.
오랜 기간 사회와 유리됐던 내 경력 탓에 졸업 후 연락도 못하다가 노무사가 되고 사회에 나온 뒤 다시 만난다.
그닥 안 친했지만 노무사라고 하자 도움이 될 것 같은지 친밀감을 보인다.
술을 산다기에 몇 차례 만났고 데리고 나온 이사라는 사람이 마음에 자꾸 걸렸다.
명문대 법대 출신에 법무법인 사무장을 하다가 스카우트 됐다는데 말빨은 무지 좋지만 하나하나 체크해보면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즐기는 듯했다.
노동법 위반의 소지가 큰 발언도 자주하기에 너무 이 사람만 믿지 말고 크로스 체크도 해보라도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좋게 말하면 있는 자의 여유, 나쁘게 말하면 오만함이 느껴지는 웃음을 한껏 지으며 그 정도는 자신이 다 알아서 할 테니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말란다.
한 동안 이 회사 노무관리를 했었는데 괜찮은 직원 상당수가 이 이사의 행태에 학을 떼고 나가는 걸 많이 목도했다.
이 사람들이 결국 이 회사는 그 이사 탓에 망할 거라는 말을 하도 하기에 다시금 이 친구에게 이를 전했다.
그러자 전술한 말을 한다.
워낙 집안 재산이 많고 형제들도 잘 나가니 내 기준으로만 세상을 보지 말란다.
그 해를 마지막으로 이 회사에 대한 자문을 그만뒀다.
그 후 별 소식 못 듣다가 작년 코로나 이후 회사가 휘청된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지난 연말에 부도가 났고 체불임금이 장난 아니라는 말을 오늘 전화에서 한다.
구속될 가능성도 있는 액수다.
몇 년 사이 부모는 다 죽고 재산싸움이 났으며 그 탓에 형제들 간 왕래도 사라졌단다.
왜 클래스가 낮은 나에게 연락을 한 걸까?
영원히 ‘몰락’이란 단어는 절대 모르고 살 것처럼 굴더니.
유학 보낸 아이들 곁으로 마누라가 떠나서 주위에 아무도 없다며 울먹였지만 난 아무 느낌도 안 들었다.
가족도 다 돌아서고 몸뚱이도 안 움직이던 나 역시 혼자였는데.
세상 어차피 혼자 사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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