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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군상,인간관계,대화법

평생 '몰락'이란 단어는 모르고 살 것처럼 굴더니....

by 강명주 노무사 2021. 2. 1.

"난 너랑 클래스가 다르잖아"​

노동청에서 당장 나오라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며 도와달라는 전화가 아침부터 왔다.​

사장인 대학친구가 발신인인데 집안이 원채 좋아서 대학 때부터 잘 나갔고 졸업 후에는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에 들어가 경영 수업을 받았다.​

오랜 기간 사회와 유리됐던 내 경력 탓에 졸업 후 연락도 못하다가 노무사가 되고 사회에 나온 뒤 다시 만난다.​

그닥 안 친했지만 노무사라고 하자 도움이 될 것 같은지 친밀감을 보인다. ​ ​

술을 산다기에 몇 차례 만났고 데리고 나온 이사라는 사람이 마음에 자꾸 걸렸다.​

명문대 법대 출신에 법무법인 사무장을 하다가 스카우트 됐다는데 말빨은 무지 좋지만 하나하나 체크해보면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즐기는 듯했다.​

노동법 위반의 소지가 큰 발언도 자주하기에 너무 이 사람만 믿지 말고 크로스 체크도 해보라도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좋게 말하면 있는 자의 여유, 나쁘게 말하면 오만함이 느껴지는 웃음을 한껏 지으며 그 정도는 자신이 다 알아서 할 테니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말란다.​

한 동안 이 회사 노무관리를 했었는데 괜찮은 직원 상당수가 이 이사의 행태에 학을 떼고 나가는 걸 많이 목도했다.​

이 사람들이 결국 이 회사는 그 이사 탓에 망할 거라는 말을 하도 하기에 다시금 이 친구에게 이를 전했다.​

그러자 전술한 말을 한다.​

워낙 집안 재산이 많고 형제들도 잘 나가니 내 기준으로만 세상을 보지 말란다.​

그 해를 마지막으로 이 회사에 대한 자문을 그만뒀다.​

그 후 별 소식 못 듣다가 작년 코로나 이후 회사가 휘청된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지난 연말에 부도가 났고 체불임금이 장난 아니라는 말을 오늘 전화에서 한다.​

구속될 가능성도 있는 액수다.​

몇 년 사이 부모는 다 죽고 재산싸움이 났으며 그 탓에 형제들 간 왕래도 사라졌단다.​

왜 클래스가 낮은 나에게 연락을 한 걸까?​

영원히 ‘몰락’이란 단어는 절대 모르고 살 것처럼 굴더니.​

유학 보낸 아이들 곁으로 마누라가 떠나서 주위에 아무도 없다며 울먹였지만 난 아무 느낌도 안 들었다.​

가족도 다 돌아서고 몸뚱이도 안 움직이던 나 역시 혼자였는데.​

세상 어차피 혼자 사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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