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비를 맞고 무지 오래 걸었다.
나에게 #구순구개열이란 유전병을 준 신이 너무 밉지만 고소할 수도 없기에 그런 것이다.
3시간가량 헤매다가 얼추 집에 다시금 가까워졌는데 누군가 동네 쓰레기통 옆에 서서 뭔가를 잔뜩 버리고 있다.
할 일도 없기에 자세히 지켜보니 안 깨진 다라(빨간 고무로 만든 것)도 있다.
김치 담글 때 대단히 유용하기에 다가가서 내가 가져가도 되냐고 묻자 맘대로 하란다.
앉아서 김치 다듬을 때 유용한 목욕탕용 낮은 의자와 야채의 물기를 뺄 때 사용하는 채반도 있기에 이것도 갖고 싶다고 하자 얼마든지 그러란다.
결국 이들 세 가지 물건을 들고 귀가했다.
여전히 마음은 슬프고 비마저 쫄딱 맞은 상태지만 앞으로 김치 담그는 일이 엄청 편해질 걸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런 날 신(god)은 호구의 전형으로 보겠지.
결혼도 못 할 유전병으로 인한 분노를 주방용품 몇 개에 금방 잊어먹는 바보 멍충이.
왜 이러고 사나.
이러니 신이 만만히 보고 계속 괴롭히는 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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