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1시의 일이다.
운동을 마치고 들어와 기분 좋게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물이 안 나온다.
일시적일 거라 여기고 기다렸지만 재림 예수 마냥 아무 소식이 없다.
이미 온몸에 비누 칠을 다 마친 상태.
자려면 어떻게든 씻어내야 하기에 먹다 남은 보리차 등을 총동원했지만 중과부적.
미끈거리는 기운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누웠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 사이 폭우로 누전이 되어 펌프가 고장 나서 발생한 사태이며 이젠 물이 잘 나온다.
다시 몸을 제대로 씻자 이제야 기분이 좋아진다.
침대 패드와 이불엔 비눗기가 가득하기에 바로 세탁기로 고고싱.
교도소 다녀온 사람이 그랬다.
교도소에선 1주일에 한 번만 샤워가 가능하고 평소엔 화장실에 있는 작은 수도에서 나오는 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하기에 정 더우면 아주 잠시 화장실 들어가 이 수도로 몸을 씻어야 하는데 단수가 잦고 다른 재소자들 눈치가 보여서 비눗기 있는 상태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오늘 새벽의 내 기분이 딱 이거였다.
교도소 가면 늘 이 더러운 기분을 느껴야 하니 가지 않도록 절대 나쁜 짓 말라는 신의 계시였을까.
이런 소소한 일상에도 뭔가 의의를 부여하려는 나 자신을 보니 미친 건지 대단한 건지 진짜 의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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