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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고, 요양원 시절

여자 때리는 이 형에 대한 고마움에 눈물까지 나네

by 강명주 노무사 2022. 8. 13.

간만에 #통장을 정리하다 소액의 돈이 꾸준히 입금 돼 온 걸 발견했다.

2만 원, 3만 원, 1만 5천 원 같은 극 소액이 종종 들어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 계좌에 돈을 넣을 사람은 없는데 입금자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다.

너무 궁금해서 나에게 돈을 보낼만한 사람 전부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모두가 아니란다.

이런 소액은 상대를 우롱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기에 일반인은 보낼 리 만무하다.

이 점에 착안하여 한 때 나와 연을 맺었지만 지금은 남남인 다소 특이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결국 오래 전 나와 같이 요양원에 있었던 형이 타인의 통장을 통해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형은 신용불량자라 통장도 없다. 지방 어느 공장에서 일을 하는데 몇 년 전, 술집 아가씨를 심하게 때리는 걸 내가 말렸더니 그걸 이유로 나랑 연을 끊었다.

어려서부터 고아원에서 자란 고아이고 중학교만 나왔지만 부성애를 타고났는지 자기보다 어린 사람 돌보길 좋아했다.

나 역시 이 사람의 간병을 많이 받았지만 주사(酒邪)와 학력 콤플렉스가 너무 심해서 가급적 멀리했었다.

나랑 마찬가지로 결혼을 참 하고 싶어 했으나 고아라는 멍에가 이 형의 꿈을 번번이 짓밟았다.

결국 이 탓인지 여자에 대한 분노가 극대화 되어 술만 취하면 여자를 때리곤 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이기에 한 때는 좀 도와주기도 했는데 전술한 술집 아가씨 폭행 건 이후로는 전화 한 통 한 적이 없다.

아까, 몇 년 만에 통화를 하며 왜 이렇게 돈을 보냈냐고 물어보니 설렁탕이라도 사먹으란다.

그 정도 돈은 나도 있으니 형 본인이나 신경 쓰라고 하자 형에게 그런 말 하면 안 된다며 자못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다른 사람이 이 말을 했다면 꼰대라며 당장 비난을 했겠지만 나에게 그래도 형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심정이 느껴지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건강엔 문제없느냐고 물으니 공장에서 다리를 다쳤는데 그 후유증이 좀 있단다.

제대로 치료는 받았냐고 묻자 걱정 말라던데 별다른 기술 없이 그 몸으로 돈을 벌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면서도 나를 챙겨주고자 한 마음에 눈이 자꾸 시큰거린다.

여자는 있냐고 나에게 묻는다.

없다고 답하자 넌 학력과 직업이 너무 좋아서 여자들이 감히 접근을 못하는 타입이니 아무 걱정 말란다.

내가 구순구개열(언청이) 탓에 여자 못 만나는 걸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내 기분 상하게 않게 하려고 날리는 멘트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물이 흘러 나왔다.

그냥 서울 올라오라고, 내가 일자리랑 거처를 마련해 볼 테니 자주 보고 싶다고 했다.

자기는 너무 대단한 사람이라 나 같은 일반인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웃더니 일 들어가 봐야 한다며 끊는다.

자신과 내가 자꾸 어울리면 나에게 피해가 갈 거라고 마지막 만남에서 이 형이 이야기 했는데....

설사 피해를 보더라도 너무 보고싶다.

왜 나에겐 이런 일, 이런 감정만 자꾸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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