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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고, 요양원 시절

그 사고가 없었다면 난 어떤 삶을 살았을까?

by 강명주 노무사 2022. 8. 23.

 #사고가 있기 전까진 정말 오만했다.

아무리 어려운 시험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6개월 안에 다 붙을 것 같았고 아무리 대단한 회사도 현란한 화술을 이용해 반드시 들어갈 자신이 있었다.

물론 모두가 망상이었다.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감만 가득한 게 망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다 제대로 뭐 하나 시도도 못한 채, 운명의 그날을 맞이했고 그 후 지금껏 기가 안 살아난다.

종종 가던 만화방에서 주말 오후 시간을 보내다가 아무 생각 없이 갔던 그곳에서 그런 일을 맞을 줄 꿈에도 몰랐다.

그런 일이 생길 가능성은 로또보다 적은데....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그날의 화사했던 날씨가 어제 본 듯 생생하다.

그 후 지금껏 감옥에 살듯 살았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 그대로 꾸역꾸역 의무감만으로 산 것이다.

한때는 그냥 가버리자는 생각이 절실했지만 나의 십자가를 여기서 회피한다면 저승에서 신에게 따질 명분이 없어지기에 악으로 살아왔다.

그 사고 이전의 망상은 부끄럽지만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기백은 정말 그립다.

기백으로 살 나이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지금은 그냥 내 상황에 맞춰 굴욕과 비루함도 견딜 뿐이다.

이 사고가 없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꿈에 비례한 럭셔리한 삶?

망상에 빠져 현실을 회피하다 완전히 망해 버린 삶?

너무 궁금하다.

저승에서 신에게 물어본다면 이 궁금증을 풀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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