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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고, 요양원 시절

친구들이 뺏어먹은 내 짜파게티 그래도 화 안 나는 이유

by 강명주 노무사 2022. 7. 28.

밤 10시부터 3시간 가량 자다 너무 배가 고파서 깼다.

천관녀를 찾아간 김유신의 말처럼 나도 모르게 부엌으로 향하더니 #짜파게티를 끓였다. 그것도 2개를.

얼추 완성되었기에 식탁에 앉아 몇 젓가락 먹고 있는데 친구가 잠이 안 온다며 방에서 나온다. 밤에 뭐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더니 그래도 내가 좀 덜어주자 잘 먹는다.

다른 친구도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깼다며 나오더니 우리를 흉본다. 하지만 역시나 일부를 덜어주자 못이기는 척 왕성히 먹는다.

너는 못 먹어서 어쩌냐고 하기에 3개 끓여서 1/2가량 먹었으니 됐다고 했다. 이 말을 믿는지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다.

단무지가 맛있다며 어디서 났냐고 묻는다. 며칠 전에 내가 냉장고 맨 밑 칸에 통 채 넣으며 꺼내 먹으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요즘 너무 잘 잊는다.

요양원 시절, 이들은 몸도 못 가누는 나에게 없는 돈을 추려서 크림빵과 우유를 사줬다.

완전 초면이라 전혀 서로 아는 바도 없었는데. 

다 먹고 설거지 운운 하기에 내가 한다며 들여보내고 나니 갑자기 이 생각이 난다.

먹보인 내가 먹던 짜파게티를 강탈당하고도 화가 안 나는 게 신기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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