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에는 다른 스포츠에는 없는 아주 독특한 룰이 있다.
트레이너가 타월을 던지면 선수 당사자나 심판의 의사와 아무 상관없이 그 트레이너가 지도하는 선수의 패배로 바로 경기가 끝나버린다는 점이 그것이다.
때로는 더 싸울 수 있는데 왜 타월을 던졌냐며 선수가 트레이너에게 잡아 죽일 듯 달려들기도 한다.
여타 스포츠와 달리 자칫 사망이나 큰 부상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기에 만들어진 이 룰의 의미를 복서도 아닌 내가 요즘 자주 반추중이다.
일반인에게 이 트레이너 역할을 해주는 사람은 통상 그 가족일 것이다.
당사자는 괜찮다고 해도 아닌 것 같을 경우, 가족들이 팔 걷어 부치고 말리면 마음을 바꿀 소지가 크며 이 덕에 인생이 몰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자들이 아주 많다.
너무 괜찮은 남자였지만 오빠를 위시한 가족들이 뜯어 말렸고 그래서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 한 여자가 악마 같은 놈을 피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하는 걸 얼마 전에 보았다.
가족이 없는 나 같은 솔로들은 늘 고민이다.
타월을 던져할 할지 말지, 만약 던져야 한다면 그게 언제여야 할 지를.
너무 빨리 던지면 애써 노력한 것이 허사가 되고 그렇다고 너무 늦게 던지면 치명타를 맞고 재기가 힘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을 본인이 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어느 나라든 결혼이란 제도를 정착ㆍ발전시킨 데는 이 판단을 해줄 사람을 누구든 옆에 두도록 하기 위함일 지도 모르겠다.
현재 내가 추진하는 일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
잘 되면 대박이지만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금전적으로나 평판상으로 아주 큰 데미지를 입는다.
날 위해 타월을 던져줄 자조차 구하지 못한 내 인생을 어찌 평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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