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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병원·약국이야기)

초창기 라식 수술을 받은 자들에 대한 걱정과 연민

by 강명주 노무사 2020. 11. 27.

우리나라에 #라식(시력교정술)이 들어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초고도 근시로 두꺼운 안경을 쓰던 나는 그 옛날 초창기에 신문을 통해 라식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가 설명을 하긴 하는데 어려워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냥 눈이 좋아져서 안경이 필요 없어진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고 무작정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려는 순간, 의사가 쓰고 있던 안경이 갑자기 신경에 거슬린다.​

왜 선생님은 그토록 좋은 수술을 안 받으시냐고 당돌하게 물었고 의사는 꽤나 당황하여 자신은 안경도 괜찮다는 등 동문서답을 했다.​

이로 인해 신뢰도가 급감했고 나는 수술을 포기한다.​

강산이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혹시나 하고 다시금 알아보니 나 같은 눈은 절대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안 된단다.​

각막 두께가 너무 얇기에 이 눈에 칼을 대는 건 요즘 병원에선 떼돈을 줘도 거절한단다.​

시력교정술 초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수술을 받았다가 자살까지 시도하는 등 굉장한 후유증에 시달린 상당수 희생자들 덕에 이런 지식이 얻어졌을 거라는 설이 있다.​

나에게 수술을 해주려던 의사도 이런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얼마 전, 망막에 이상에 생겨 간단한 시술을 받았다.​

이 시술 후 안 건데 고도근시는 망막도 얇기에 라식은 꽤나 위험하단다.​

이론상 라섹이나 스마일 라식은 가능하다지만 망막 얇은 자에겐 시력교정술은 그다지 안 좋다는 입장도 있는 듯하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시력 교정술 뒤 망막 이상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내가 만약 그 옛날 시력교정술을 받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제법 관리해왔음에도 망막에 이상이 생긴 걸 생각하면 당시 수술 안 받은 건 나에게 정말 복이라 생각된다.​

시력교정술에 대해 지금은 보편화된 지식들이 교정술 초기엔 표본의 부족 탓에 아는 자가 거의 없었다는 설 또한 있단다.​

이런 지식 없이 교정술 초창기에 사탕발림에 넘어가 수술 받았다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자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여전히 땅을 치고 후회할 정도의 번민에 시달릴까?

아니면 이젠 그래도 적응하여 일상생활을 하고 있을까?

 

이들에게 의학의 발전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라고 한다면 미친 놈 소리 듣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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