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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병원·약국이야기)

의사들은 세상을 모르는 건지, 모르는척하는 건지 (의사파업의 전략부재)

by 강명주 노무사 2020. 9. 16.

"저 데모꾼들은 절대 정의를 바라는 게 아냐!!! 단지 우리 미국이 저들보다 잘 살고 힘이 센 게 배가 아파서 저럴 뿐이야"

60년대, 전 세계적으로 히피열풍과 반미운동이 거셀 때 미국의 유명 정치인이 외국의 반미데모를 보고 한 말.

이 발언 탓에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던데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힘이 없는 방글라데시나 코트디부아르 같은 나라에선 아무리 인륜에 반하는 일이 발생해도 대다수 나라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는 게 현실 아닌가?

지금 의사파업을 시시비비를 떠나 승패만을 놓고 보면 의사들이 택한 전략은 최악 같은데 전술한 발언에 그 이유가 있다.

 

상당수 국민은 타당한 이유 없이 그냥 의사가 잘 먹고 잘 사는 게 배가 아파서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게 현실이다.

내 주위에도 이런 사람 천지다.

그런데 미국처럼 이들을 완전히 무시할 만큼의 파워를 지닌 것도 아니면서 독고다이로만 의사들이 가는 걸 보면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혹자는 그런다.

 

의사들은 태생적으로 마케팅이나 사회화와 거리가 멀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수요가 절대 사라지지 않는 두 가지 직종을 고르라면 바로 변호사와 의사라고 한다.

 

감옥 가기 싫은 욕구와 질병에서 벗어나고픈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지만 형사사건과 질병은 끊이지 않기에 이들 업종에선 특별한 마케팅이 필요치 않았다.

 

그래서 이들 업종 사람들은 사회성도 낮았는데 변호사들은 로스쿨 탓에 경쟁이 치열해져서 많이 변한 반면, 의사들은 여전한 것 같다.

 

설득이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다.

 

근데 요즘 파업에 나선 의사들 보면 국민을 설득할 생각이 과연 있기나 한 건지, 혹시 전국 최고의 수재들인 자신들 말을 그냥 따르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난 개인적으로 의사들 주장 상당부분에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전략으로는 예수가 재림하지 않는 한, 이들 주장이 먹힐 리 만무하다는데 전 재산을 걸 수 있다.

 

미국이 괜히 후진국들에게 막대한 원조를 하는 게 아니다.

 

파워만 놓고 보면 미국 마음대로 해도 아무 상관없지만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이러는 건데 이런 세상 이치를 왜 의사들은 모르는 걸까?

 

“우리도 이렇게 변할 테니 국민 여러분도 이 사안에 대해선 지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태도를 보이기엔 의사들의 자존심이 너무 센가?

 

강사로 먹고 살기로 마음먹고 강의를 시작한 초기, 아무리 좋은 말을 많이 해도 반응은 영 아니었다.

 

외국 논문까지 뒤져가며 준비를 해도 이러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러다 수강생의 마음을 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농담을 섞어가며 재미를 가미하자 반응이 달라졌다.

 

그렇다고 완전 약장수로 전락한 건 아니고 재미 70, 유익함 30이란 비율을 맞추자 유익함 100으로만 갈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날 싫어하고 내 이야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의사들은 이거부터 고민해야 할 듯한데 과연 이러고 있나?

 

정치인은 국민여론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왜 여론을 이다지도 신경 안 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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