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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병원·약국이야기)

이번 의사파업의 주된 원인은 감정싸움 같은데 (+ 노무사 경험)

by 강명주 노무사 2020. 9. 12.

이번 #의사파업에 대해 나름 연구하며 문득 든 생각.

관련 좋은 글이나 영상, 자료, 토론회 등은 무지 많은데 논리적인 데만 너무 치우쳐있다.

달리 말해 이 사태(?)의 근저에는 감정적 요소도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한데 이를 논하는 사람은 왜 이리 없을까.

의사들의 감정

“우리가 이 나라 최고 엘리트인데 너무 대우가 박한 거 아냐? 나라가 하나에서 열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니 의사할 맛이 전혀 안 나네. 내가 이 꼴 보려고 그 어려운 공부한줄 알아? 막말로 국민들이나 정부 사람들 중에 우리보다 수능 잘 받은 인간 거의 없잖아? 근데 왜 우리에게 갑질이야?”

상당수 국민들의 감정

“의사들 머리 좋은 건 인정하는데 그 동안 엄청 괘씸한 행태도 보였잖아? 의료보험 없을 때는 돈 못 내면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진료거부 했고 의료사고 내놓고도 비싼 변호사 사고 끼리끼리 입 맞춰서 다 빠져 나갔잖아? 그래놓고 무슨 국민건강을 위한 파업 운운 하는 거야? 어차피 느그들도 돈이 가장 중요할 텐데 좀 솔직해지는 게 어때?”

난 한때 의사의 오진으로 지옥을 경험했었다. 인생마저 완전히 변했기에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다. 하지만 응급상황에 빠진 나를 고쳐준다며 명절에도 병원에 나왔던 다른 의사도 안다. 응급실 담당도 아니고 나랑 일면식도 없었지만 이런 호의를 베풀어줬다.

노무사로서 아주 다양한 직종의 임금계산을 직접 해봤는데 의사들 임금이 가장 셌다.

아무리 영세한 병원도 기본 페이가 월 천은 넘었다.

혹자는 이게 바로 문제의 핵심이라고 하던데 난 생각이 좀 다르다.

수가의 산정을 위한 복잡한 원가계산까진 연구하지 못했지만 그런 거 다 떠나서 의대 6년에 4~5년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하며 그 공부량이나 노동강도, 등록금이 장난 아니란 걸 고려하면 나라도 월 천은 당연히 요구할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다른 직종 전문가들의 의견을 함부로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하는 독선까지 용납할 생각은 전혀 없다. 엄청난 무지랭이도 나름 지혜가 있을 수 있기에 늘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한데 IMF이후 의대 커트라인이 겁나게 상향평준화 되며 의사들의 선민의식이 한도를 초과한 게 아닌가 걱정이다.

지금은 의료사고가 나도 과거와는 달리 공정하게 처리하는 경우도 많고 진료거부는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전술한 국민들의 감정이 사라질 만도 한데 여전한 데는 이 선민의식이 크게 한몫 하는 듯하다.

국민들은 의사들, 특히 기피과 의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의료보험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료의 증가를 감수하고 의사들은 극도로 예민한 문제겠지만 인권의식의 증대와 인간의 몸을 만진다는 의료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술실내 CCTV의 설치와 성범죄 저지른 의사의 면허 취소 등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평행선이 다소라도 좁혀질 수 있지 않을까?

평등을 극도로 좋아하는 북한과 서열에 목숨을 건 남한, 이렇게 도저히 양립하기 힘든 특성을 동시에 보이는 한민족에게 내가 너무 무리한 기대를 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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