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강도가 나온다. 이 강도는 자신의 집에 나그네가 찾아오면 일단 극진히 대접한 뒤 침대로 안내하고 그 침대보다 다리가 길면 자르고, 짧으면 다리를 강제로 늘림으로써 살해했다. 영웅 테세우스가 같은 방식으로 이 강도를 결국 처벌한다.
심리학에 일가견이 있다는 지인이 있었다.
풍부한 임상경험이 있다며 자신에게 모든 걸 말해보라고 했다.
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과거부터 괴로웠던 일을 다 말했다.
열심히 답을 해주는데 좀 아닌듯하다.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사례라 그런듯하니 다소라도 달리 봐야 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아니라고 단호히 말한다.
기존 경험이나 이론으로 모두 포섭가능하다며 예외로 여길 필요는 전혀 없단다.
그러다 결국 너무 터무니없는 답을 하기에 강하게 항의하니 나랑 연을 끊어버렸다.
전문가라 자처하는 사람들 중 이런 자들이 종종 있는 듯하다.
현실에 이론을 맞추지 않고 오히려 이론에 현실을 맞추려는 이들을 보면 전술한 강도가 생각난다.
진짜 달인은 굳이 이론에 얽매이지 않는다.
기존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례를 만나면 겸허히 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거나 기존 이론을 수정하려 한다.
전과도 많고 세칭 사회 부적응자인데 나에게는 아주 잘해주는 사람이 있다.
정말 날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딱 1명 정도는 자신이 처리해주고 혼자 모든 걸 뒤집어 쓰겠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이상하게 이 말이 나에겐 아주 큰 힘이 된다.
물론 이런 부탁을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 세상에 이 정도로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대단히 편안해 진다.
전술한 심리학에 달통했다는 지인과 이 전과자 중 누가 더 나에게 소중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자명하다.
무엇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는지 그 누가 단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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