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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사(전문가),업무관련스킬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만 남기는 전문직들

by 강명주 노무사 2021. 1. 5.

"오늘은 이 말 처음 하는 건데요, 놀다가세요"​

"좀 전에도 같은 말하기에 관심 없다고 했는데 여전히 처음이라네?"​

"제가 그랬나요?"​

잠이 안 와서 모텔 밖으로 산책을 나왔다.​

날씨는 춥지만 머나먼 출장지라 그런지 객창감이 밀려온다.​

커피를 테이크아웃하여 걷고 있는데 야시시해 보이는 아가씨가 놀다 가란다.​

바로 옆에 있는 양주, 맥주 파는 술집에서 아주 싸게 해준다고 강조한다.​

보통 이런 곳에 가면 이쁘장한 아가씨가 말벗을 해주는데 나중에 나오는 계산서가 솔솔치 않다.​

일부 업소는 엄청 큰 금액을 요구하기도 하고 거부할 경우 어깨들이 협박하거나 사기죄로 고소한다고도 한다.​

법리만 놓고 보면 오히려 술집이 처벌받아야 할 소지가 크나 현실에선 요건을 입증하기가 어렵기에 이런 작태들이 횡행하는 듯하다.​

핵심은 이 아가씨가 20여분 전에 같은 말을 했는데 이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들이 전문직에도 많다.​

고의는 아닐지 몰라도 의외로 쉽게 망각하며 그 빈 공간을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으로 채우기도 한다.​

예전 힘들던 시절, 의료보험료도 못 내서 병원에 제대로 못 가곤 했다.​

그러다 어떤 고마운 의사 분을 알게 되어 무료진료를 몇 차례 받았다.​

시간이 지나자 의사가 시켜선지 몰라도 간호사가 슬슬 눈치를 준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동안 진료비 안 낸 게 얼마냐고 물었다.​

간호사가 총액수를 인쇄해서 줬다.​

어렵게 돈을 마련해 계좌로 다 송금을 하고 의사에게 연락하여 그 동안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1년여가 흐른 뒤, 또 이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유세를 떤다.​

나에게 무료진료를 해준다는 걸 부각시키며 대단한 자부심을 보이는 것이다.​

좀 민망해서 오늘은 돈 낼 것이며 과거 진료에 대해서도 이미 송금을 다 하지 않았냐고 말하자 기억을 전혀 못한다.​

다행히 송금한 내역이 있기에 보여주니 그제야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실제 수고에 비해 적게 받은 거란 걸 강조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좋은 직업 가진 자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업무머리는 대단히 좋은데 의외로 일상사에선 깜박깜박하며 늘 자신을 피해자 내지는 호의를 베푼 자로 생각한다는 공통점을 자주 보인다.​

나도 사실 비슷하기에 뭐라 하기 힘들다.​

늘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건 예수도 솔직히 많이 힘들기에 영화 <메멘토>가 히트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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