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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노사관계, 산재 등)

인사고과의 자의성과 그 실례(feat: 독서는 돈벌이에도 유용하다!!!)

by 강명주 노무사 2022. 3. 23.

"사장님. 이번 명퇴는 나이나 직급, 성과 같은 일률적인 기준이 아니라 평가자의 자의성이 다분할 수 있는 인사고과를 기준으로 하기에 걱정이 앞섭니다. 무턱대고 내보내기 전에 식사라도 같이 하면서 진짜 내보내야 할 사람인지 한 번 더 고민해 보세요"

기원전 33년, 중국 한나라 원제 때의 일이다.

후궁이 워낙 많기에 일일이 그 미모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황제는 화공을 시켜 이들의 그림을 그리게 한다.

번거롭게 만나지 않고 그림만으로 판단하기 위함이다.

거의 모든 후궁은 예쁘게 그려달라며 화공에게 뒷돈을 주었는데 한 후궁은 그러지 않았다.

왕장이란 이름의 여자였는데 실물은 엄청 이뻤다고 한다.

하지만 화공은 뇌물이 없다는 이유로 추녀로 그려버린다.

얼마 뒤, 북쪽 오랑캐가 화친을 맺으러 내려 왔다가 친교를 돈독히 하는 의미로 후궁 한 명을 달라고 했다. 대빵의 아내로 삼겠다는 것이다.

황제는 가장 추녀를 보내야 배가 덜 아플 듯하여 그림 속에서 왕장을 고른다.

오랑캐 대빵은 떠나는 날 아침, 함박웃음을 보였고 의아함 마음에 황제가 실제 얼굴을 보니 전술한대로 미모가 끝내줬다.

자신을 속였다는 데 분노한 황제는 당장 화공의 목을 베어 버린다.

모 회사가 명예퇴직를 단행했다. 경영난보다는 물갈이의 목적이 크다.

이와 관련된 법률검토와 자문을 나에게 부탁해 왔는데 기준이 좀 그렇다.

다들 알다시피 일반적인 명퇴는 나이 등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번 명퇴는 직속 상사의 인사고과점수가 낮은 자들이 주된 대상이다.

영업직이 아니기에 객관적인 성과 측정이 어렵고 이런 경우에는 상사와의 관계에 따라 그 점수가 너무 들쑥날쑥 이기에 나는 이 기준에 반대를 표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기에 전술한 권유를 했다.

아까 오후에 연락이 왔는데 의외로 상당수가 괜찮아 보였단다.

그냥 내보내기 아까워서 이들 대상자의 동료나 부하, 고객을 평가자로 삼아 다시 평가해보니 좋게 본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직속 상사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낮은 인사고과를 낳은 듯하다며 이번 명퇴 건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단다.

사장에게 보내는 보고서에 전술한 중국 한나라 시절 일화를 덧붙였는데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통화 말미에 한다.

책을 많이 본 게 전부 뻘짓만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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