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는 #버스노선이 굉장히 잘되어 있다. 게다가 버스타고 10분만 가면 바로 신도시 혹은 시골이기에 머리 아플 때마다 버스를 자주 탄다.
작년 가을에도 이렇게 부담 없이 버스를 탔는데 기사분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노선을 물어보는 손님들에게 척척박사처럼 너무나 자세히 그것도 친절하게 알려줬고 각 정류장 근처의 명소나 유명한 음식점 등도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마침 내 자리가 기사분 바로 뒷자리라 이것저것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그 후로도 몇 차례 그 분이 모는 버스를 타며 친해졌다.
나랑 비슷한 중년의 남성인데 모 대기업 다니다 명퇴한 후, 퇴직금은 모조리 아내에게 주고 자신은 원래 운전을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기업 다녔다면 좀 눈높이를 높여서 재취업 할만도 한데 어설프게 그러다가 재취업에 실패하면 보통은 체면을 생각하여 자영업 시작하게 되고 마침내 망해서 퇴직금 다 날리는 선후배를 너무 많이 보았기에 자신은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올해 들어 이 버스를 다시 몇 차례 탔는데 이 기사가 전혀 안보였다. 혹시 퇴사 했나 해서 알아보니 버스 회사 관리직으로 승진을 했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되지만 버스노선과 근처 지리를 다 외워서 고객들에게 알려주는 서비스가 소문이 났고 이를 버스회사가 높이 사서 다른 버스기사들 관리하는 업무를 맡긴 것이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마인드가 남다른 사람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두각을 보일 수밖에 없고 이런 직원 아끼지 않는 회사는 본 적이 없다.
나 역시 눈만 높은 성향을 보이곤 하는데 이 분을 보며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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