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자의 돌
평생을 현자의 돌을 찾아다닌 화학자가 있었다.
이 돌만 있으면 연금술을 완성할 수 있기에 이 사람에겐 정말 중요하다.
전설로만 내려오는 이 돌의 특징은 무진장 차갑고 해안가에 존재하며 크기는 한 손에 들어올 정도란다.
지중해, 태평양, 대서양 연안 등을 이 잡듯이 뒤지다가 이 사람은 다 늙어버렸다.
그래도 포기 안 하고 동남아시아의 어느 해안가 절벽에서 또 돌을 뒤지던 어느 날, 정말 차가운 돌을 잡게 되었다.
하지만 손에 들었다가 차갑지 않으면 바로 버려버리던 수십 년간 쌓인 매너리즘 탓에 이 돌마저 무심결에 절벽 밖으로 던져버리고 만다.
허겁지겁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려 했지만 평소에도 너무 거칠어서 누구도 들어갈 수가 없다.
이 사람의 수십 년은 누가 보상하나.
2. 인연
남자는 여자를 무지 사랑했다. 여자도 남자가 싫지는 않았지만 남자만큼의 사랑은 아니었다.
여자의 부모는 남자의 조건을 그리 탐탐치 않게 여겼고 결국 여자는 다른 재력가에게 시집을 간다.
남자는 이 여자를 못 잊고 독신을 고집했고 이렇게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났다.
어느 날 아침,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이 남자가 출근하는데 회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의 수위가 언성을 높이고 있다.
무슨 일인가 유심히 보니 어떤 여자가 보험 영업차 이 건물을 몰래 들락거리다가 수위에게 걸렸고 그래서 한소리 듣는 거다.
무시하고 그냥 가려는데 이 여자가 어째 낯이 익다.
자세히 보니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과거의 그녀다.
시간의 흐름 탓에 턱은 두 개가 되고 몸매는 미쉐린 마스코트처럼 불어났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초롱초롱하다.
아는 분이냐고 수위가 물었지만 남자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외면한다.
여자도 이미 늙어 버린 이 남자를 못 알아본다.
이 남자는 그 오랜 시간 혼자 바보짓을 한 건가?
3. 사과
그토록 사과를 원했지만 단 한마디도 미안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들은 떳떳하다며 조롱하는 문자만을 그들은 보내곤 했다.
이게 너무 아파 그들을 모두 차단했고 일체의 기대를 접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차단메시지함을 열어봤다.
그들에게서 또 문자가 와있다.
여느 때처럼 기고만장한 내용일거라 생각하고 바로 지우려는데 맨 윗줄의 미안하다는 단어가 문득 보인다.
장문의 문자라 다시 터치를 해야 모든 내용을 볼 수 있고 그래서 누르려던 찰나, 갑자기 핸드폰이 꺼진다.
배터리도 충분한데 아무리 해도 다시 안 켜진다.
서비스 센터에 가보니 메인보드가 돌연사를 했기에 고칠 수 없단다.
막 보려던 문자 이야기를 하자 통신사에 알아보란다.
서둘러 통신사에 연락을 하니 문자는 저장이 안 되기에 복구가 불가능하단다.
사설 복구업체를 찾아가도 메인보드 고장은 방법이 없단다.
그들에게 다시 연락하여 무슨 문자를 보낸 건지 확인하려 해도 이미 그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도대체 그 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을까?
그토록 바라던 사과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날려 보낸 건가?
과거처럼 밉기만 하다면 이토록 미칠 것 같진 않을 텐데.
이 사람의 안타까움은 어찌하나.
---------------------------------------------------------
인생은 참 오묘하고 절대 계산대로만 흘러가지 않으며 너무나 변수가 많다.
그래서 누구는 정말 재밌다고 하고 또 누구는 죽고플 만치 힘들다고 한다.
일단 이런 오묘함을 겪고 나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넋이 빠지며 관조적이 된다.
이런 자들의 남은 생은 어찌 흘러갈까?
'인간군상,인간관계,대화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식인도 얼마든지 옹졸할 수 있는데.... (0) | 2022.02.22 |
|---|---|
| 남다른 서비스 정신을 가진 버스기사에게서 배운 점들 (0) | 2022.02.18 |
| 옹졸한 소인배는 싫다 무조건 대인배가 좋다 (0) | 2022.02.15 |
|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 배때기에 칼을 꽂는 법이다 (0) | 2022.02.15 |
| 법에 전혀 안 걸리면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말을 하는 능력 (0) | 2022.02.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