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야, 자꾸 전화해서 미안한데 지난번에 말한 거 어찌됐는지 물어봐도 돼?"
"아, 그거. 거의 다 썼는데 이번 추석에 한 번 더 검토하고 최종마무리해서 연휴 끝나기 전에 보내줄게"
"연휴에도 나 때문에 일하는 거야?"
"뭐 할 일도 없으니"
“너무 미안해서 돈이라도 보내줄게”
“아냐, 그런 소리 절대 하지 마”
"정말 고맙다. 명주야"
"괜찮아. 우린 친구잖아"
정확히 말하면 친구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
일반적인 친구라면 연휴엔 엔간해선 일 안 해준다.
돈을 아주 많이 줘도 안 한다.
하지만 이 친구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그렇기에 이러는 거다.
돈이나 명예, 권력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지만 이 친구는 모든 걸 걸어봤다.
그것도 달랑 사랑 하나 보고.
여자에게 빠져서 그 여자 수술비랑 대학원등록금까지 다 댔었다.
풍족하지 않기에 본인 월급 다 쏟아 붙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썼다.
지금 그래서 잘 살면 참 좋으련만 이 여자는 클래스가 올라가자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
레벨에 맞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이쯤 되면 법이든 물리적으로든 뭐라도 해야 할 듯하나 이 친구는 소주 한 병 까더니 그냥 허허 웃고 보내줬다.
이걸 옆에서 다 보며 나라면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백번도 더 했다.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도 나오듯 모든 걸 거는 건 참 외로운 거다.
노무사 시험 본다며 결근을 요청하자 그럴 거면 더 이상 나오지 말라던 예전 사장의 말을 들었을 때, 나도 외로웠다.
모든 걸 거는 자를 보면 절대 남 같지 않다.
게다가 그런 결단이 허사로 끝난 케이스를 보면 내 가슴마저 아파온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내 연휴를 다소 사용하는 게 그토록 큰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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