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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노사관계, 산재 등)

해고의 자유(노동유연성)에 대해 함부로 떠드는 사람들

by 강명주 노무사 2021. 9. 16.

"해고를 자유롭게 해서 노동 유연성 높이면 사장들도 부담 없으니 많이 뽑을 테고 근로자도 얼마나 좋아"​

"다 좋은데 당신 해고당한 경험이나 관련 지식 있어?"​

"아니 뭐...."​

"내가 알기로 당신은 워낙 집이 부자라 회사 다닌 적도 없고 근자에도 상속 받은 부동산 덕에 ​ 일 안 하지?"​

"그게...."​

"이런 당신에게 해고에 대해 마구 떠들 자격이 있을까?" ​

예수의 혼인여부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해고에 대해 언급할 자격 운운하는 날 이상하게 보는 자들이 많을 것이다.​

당연한 지적인데 내 주관이지만 해고는 축구가 아니다.​

축구 같은 가벼운 주제는 그 파장이 심각하다고 보기 어렵기에 누구에게나 왈가왈부 할 권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고는 특히 자본주의하에선 일종의 인격살인에 가깝기에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니다.​

가장의 실직은 집안 모두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고 이로 인한 자살도 심심치 않다.​

난 노무사가 되기 전엔 근로자였는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장 이번 달 월세는? ​

우유 먹던 걸 끊어야 하나?​

치과 가려했는데 새로운 일자리 얻을 때까진 아파도 버틸까?​

3달 뒤에 갚는다며 빌려간 친구에게 당장 돈 갚으라는 독촉을 해야 하나? ​ ​

재취업을 못하면 이젠 어쩌지?​

백수인 날 사람들이 어찌 볼까?​

이런 생각들이 0.1초 만에 내 머리통 속에 가득 찼다.​

아무리 많은 직원을 오랜 세월 관리해온 사람도 해고만은 늘 어려워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로 인한 안 좋은 기억이 쌓이는 탓인지 나 같은 외부인에게 맡길지언정 본인이 직접 손대는 건 극도로 꺼린다.​

충분한 경험도, 풍부한 지식도, 깊은 성찰도 전혀 없는 자가 함부로 떠드는 노동유연성이 나만 불편한가?​

특히나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해고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면 절대 쉽게 말하지 못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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