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엄청 큰 벌이 들어왔다.
살다 살다 이렇게 거대한 벌은 처음이다.
날개를 다쳤는지 빙빙 돌더니 구석에 떨어진다.
보통 때 같으면 바로 밟아 죽일 텐데 뭔 바람이 불었는지 장갑을 끼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잡은 뒤, 조그만 접시에 설탕물을 담고 바로 옆에 놔뒀다.
다른 일 좀 보다 다시 와 보니 설탕물을 먹었는지 제법 힘이 나는 눈치다.
다시 조심스럽게 움켜쥐고 베란다 창틀 위에 올려놓자 힘차게 날아가 버린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다.
그때는 박쥐였는데 이 박쥐는 산에까지 가서 방생해준 내 은혜를 완전히 쌩까버린 아주 나쁜 녀석이었다.
제발 이번의 벌은 은혜를 갚아야 할 텐데.
큰 거 안 바란다.
우렁이 각시 같은 여자 하나만 해주면 안 되겠니?
리얼돌을 원하는 것도 아니기에 사회적 파장도 없을 텐데.
이런 내 소원을 안 들어줘도 상관은 없지만 그럴 경우 앞으로 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어째 상당한 애로가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구나.
미물이라도 은혜를 잊는 존재를 하늘이 그냥 놔두겠니?
결코 이건 협박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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