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난 정말 즐거웠어. 4학년 초에 이미 좋은 곳에 취업이 확정되었고 기업에서 장학금 조로 용돈도 충분히 받았기에 여대생들과 주말마다 놀러 다니며 그 누구도 안 부러웠지"
"그 뒤로도 그렇게 사셨나요?"
"난 최대한 순응하며 살자는 게 인생원칙이야. 그러면 행복해지지 않을 수 없어. 그때도 일부는 체제모순 운운 하며 까칠하게 굴었지만 나 하나 반항한다고 세상이 변하나? 아니잖아? 어차피 힘 있는 놈들이 세상의 룰을 만드니 늘 그들에게 맞춰주는 게 가장 행복하게 사는 길이지"
"그런 논리라면 독립운동가가 민주화운동가는 다들 바보네요?"
오전에 만난 모 사장의 회고.
70년대 말에 대학을 다녔다던데 그 후 큰 회사에서 요직을 거친 후 창업을 하여 지금은 떵떵 거리며 잘 산다.
체제순응적인 삶의 장점을 엄청 설파하던데 거부감이 확 들었다.
그때는 유신 압제가 극에 달할 시기라 지각 있는 사람들은 엄청 고생을 했다던데.
그 후에도 군사정권이 또 들어서는 통에 사회 분위기가 장난 아니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데.
민주화 운동 안 했다고 하면 무조건 자본가의 개나 변절자 취급하는 극단적인 사고는 나도 극혐하지만 그렇다고 군사정부에 순응하여 시키는 대로만 살았던 게 과연 자랑거리일까?
같이 있던 사람들은 이 사장 위세에 눌려선지 말 한 마디 못했지만 하도 답답해서 마지막 질문을 결국 내가 했다.
답변은 못하고 안색만 엄청 안 좋아지더니 나가버리는 이 노땅.
다른 데서도 오늘의 망발 되풀이하다 정말 큰 코 다치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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