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흰 절대 나처럼 공부하지 마라. 꾸준히 성실하게 소 같은 우직한 태도 보이는 것이야말로 합격의 지름길이야. 알았지?"
대학시절 연합 동아리 선배가 해준 말.
모 대학 소속으로 고시를 준비했는데 게을러터졌다고 한다.
점심 무렵 다 돼서야 자리에 앉고 1~2시간 공부한 뒤 바로 밥을 먹으러 갔으며 금방 다시 앉으면 졸린다고 오후시간 대부분은 당구장에서 보내다 해 떨어질 쯤 다시 1~2시간 책을 본 뒤, 저녁을 먹고 나선 여친이랑 놀기 바빴단다.
하지만 천재적 두뇌를 소유했거나 조상 묘자리를 잘 쓴 덕인지 재학 중에 합격했고 후배들의 숭배의 대상으로 급부상한다.
걸핏하면 후배들 모아 넣고 전술한 말을 반복했는데 결국 본인이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혹은 얼마나 뛰어난 머리를 가졌는지 자랑하는 이야기나 진배없었기에 나중엔 대다수 후배들이 이 양반을 무진장 역겨워하게 됐다.
얼마 전, 큰 돈 벌었다는 지인이 술을 산다고 했다.
별 생각 없이 나가보니 나 말고도 상당수 사람들을 부른 상태다.
축하한다는 덕담 해주며 안주빨만 세우고 있는데 전술한 선배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시작했지만 이상하게 자신이 투자만 하면 다시금 상승장으로 변했다며 우리에겐 절대 이런 식의 투자를 하지 말란다.
이 말을 정말 진지한 얼굴로 한 게 아니고 껄껄대고 웃으며 하고 있으니 나처럼 투자 안 하는 자도 우롱당하는 느낌이 드는데 손해를 많이 봤다는 다른 동석자들은 오죽했을까.
결국 막판이 되자 일부가 개지랄 좀 그만 떨라는 말을 대놓고 했고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지기에 서둘러 모임을 파했다.
초인 같은 판단력을 보유한 것 역시 행운의 여신의 도움일 텐데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의 행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아니지 않나?
적당히 선이라면 하도 기뻐서 그럴 수도 있겠다며 넘어갈 수도 수 있겠지만 선을 넘으면 정말 칼침이라도 꽂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보통인데.
가슴에 피멍든 상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어떤 말을 피해야 하는지를 경시하는 자들이 나에게만 너무 많아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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