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 왜 안 왔어?"
"못 들었어? 그 양반 요즘 눈 때문에 죽네 사네 해"
"눈? 뭔 일인데?"
"갑자기 시야가 좁아져서 병원 갔더니 녹내장 말기래. 약도 안 들고 수술해야 한다는데 성공 가능성 낮대. 조만간 실명할 거라며 요즘 맨날 자살타령이야"
"큰일이네"
"뭐 그걸 가지고...."
"최 사장, 다른 사람 일이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냐?"
"헬렌 켈러 몰라? 그 여자는 귀도 안 들리고 말도 못 했지만 잘만 살았어. 근데 눈 하나 안 보이는 걸 가지고 무슨.... 내가 지금 한 말 꼭 전하면서 힘내라고 그래"
아까 점심 먹으며 지인들과 나눈 대화이다.
이 대화 속 최 사장의 발언이 나만 거슬리나?
이론적으론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력을 잃은 자들 중 헬렌 켈러처럼 되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극히 희귀한 케이스를 언급하는 게 과연 위로라고 할 수 있을까?
구순구개열이란 선천적 장애(유전병)를 사진 사람으로서 나도 유사한 말을 아주 많이 들었다.
- 자신의 친구도 구순구개열인데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으니 힘내라는 말
- 자신의 과거 상사가 구순구개열이었지만 사회생활 잘 했다며 별문제 아니라는 말
- 영화 <조커>의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도 구순구개열이지만 일류 배우 되었느니 절대 용기 잃지 말라는 말
근데 정작 본인이 구순구개열이면서 이런 말 하는 자는 단 한 명도 못 봤다.
그토록 별문제 아니라면 구순구개열 가진 수많은 자들은 아무것도 아닌 걸 과장하고 있다는 건가?
막상 본인이나 자기 자식에게 닥치면 인생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에 어쩔 줄 몰라 할 게 뻔하면서 어쩜 이토록 함부로 말하는 자들이 많은지 난 참 의문이다.
이런 위로해 줬으니 스스로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기에 그런다면 좋기는커녕 아주 나쁜 사람의 전형일뿐이다.
해당 고민을 다 짊어지고 살아야 할 상대의 감정은 전혀 고려치 않고 본인 기분만 생각하는 자가 어찌 좋은 사람인가?
심지어 자기 형제 등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런 말 함부로 하는 자들 있던데 난 이들은 사람 취급 안 한다.
위로와 막말은 때론 아주 가까이 위치하기도 한다.
이를 구분 못 한다면 인간 이하의 취급만이 합당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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