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끝과 이마.
손톱이 적당한 길이로 잘라진 채 깨끗하다면 그만큼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는 아주 좋은 증거이다.
이마에 허연 버짐이나 각질이 끼어있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요양원에 있던 시절, 조심스럽게 원생들을 관찰하니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아예 모든 걸 포기한 자와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뭐라도 하려는 자.
전자는 세수조차 안 하고 손톱 역시 너무 자라서 불편할 때까지 방치를 했기에 보자마자 거부감이 확 들 정도였다.
후자들은 비누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열심히 세수는 했기에 늘 신선했고 손톱도 항상 단정한 상태를 유지하곤 했다.
작년 가을에 모 버스회사에 업무차 갔는데 마침 버스기사 면접을 보고 있었다.
두 개의 공석을 놓고 5명이 지원한 상태에서 사장은 내 의견도 물었다.
2명을 선정하여 알려주며 이들 모두 얼굴과 손톱이 대단히 단정한 걸 보니 호감이 간다고 이유를 댔다.
공교롭게 5명 중 이들만 양복을 안 입고 왔다.
대충 잠바대기를 걸치고 왔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이를 사장이 언급하기에 옷은 돈이 없으면 후지게 입을 수도 있지만 얼굴이나 손톱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관리 가능하고 이렇게 마지노 선은 지키는 자를 직원으로 뽑는 게 혹시 모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 같다고 언급했다.
얼마 전 이 사장에게서 다시금 연락이 왔다.
이번에 버스기사를 대거 또 뽑는데 꼭 면접관 일을 해달란다.
돈은 당연히 후하게 주겠다면서 작년에 내가 추천해서 뽑은 기사 둘이 대단히 흡족하게 일을 잘 하고 있단다.
세수나 손톱관리는 누구나 하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코인, 주식, 도박 등에 빠지는 등 인생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자들을 가만 보면 상당수가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이것조차 제대로 못 한다.
인간을 판단하는 건 때로는 무지 쉬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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