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 시절부터 둘도 없던 친구가 십여 년간의 유학에서 돌아와 간만에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일찍 결혼하여 애 낳고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나와는 달리 이 친구는 보헤미안 같은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왔다.
약속 장소로 나가보니 여전히 남자들 애간장 녹일 정도로 이쁘다.
지금도 몸 좋은 양키와 연애 중이란 사실을 은근히 자랑하는 이 친구.
집에까지 와서 애들도 보고 선물도 주고 싶다는데 한 가지 꺼려지는 점이 있다.
이 친구가 유학 시절 매독에 걸렸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미 치료 다 끝났고 일상에선 전염 안 된다지만 내 애들이 자꾸 걱정된다.
너무 오고 싶어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오라곤 했지만 일부러 애들은 놀러 나가게 해서 못 만나도록 했다.
애들이 스스로 나간 양 이야기했고 대단히 섭섭해하는 친구.
애들에게 준다고 가져온 선물을 한 아름 소파에 올려놓는데 전혀 고맙지 않다.
잠시 화장실을 쓴다는 말에 다시금 엄청 긴장된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서둘러 돌아가게 한 후, 이 친구가 앉았던 의자와 화장실 변기 등에 소독약을 잔뜩 뿌려 닦아냈다.
심지어 들고 온 선물마저 일일이 겉면을 다 닦고 애들에게 줬다.
재수 없으면 재발할 수도 있다는 말에 이렇게까지 하는 스스로가 참 싫지만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애들을 생각하니....
친구야,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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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술자리에서 어떤 여자가 해준 이야기.
처음엔 오버 떤다고 속으로 무지 욕했지만 애들 키우는 입장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사람의 마음보다 쉽게 변하는 게 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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