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잘 생겨서 이 친구 얼굴 보러 다른 학교 여학생들까지 #고대에 왔었고, 수녀나 비구니가 옷 벗고 속세로 나오게 할 정도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대학시절 친구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지난주에 들었다.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이 친구랑 자주 다니는 걸 보고 친하다고 착각한 여학생들이 전해달라고 나에게 준 과자나 초콜릿을 중간에 삥땅쳐서 먹어버렸던 과거의 잘못이 떠올라 박카스 한 박스 사들고 어제 면화를 갔다.
팔다리가 부러져 잠시 있는 걸로만 알았는데 간암이란다.
원래도 노는 걸 즐겼고 술담배도 많이 했다더니 그 탓이었나.
알란 드롱 뺨치던 얼굴이 반쪽이 된 채,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털도 다 빠졌다.
박카스나 같이 까먹으며 농담 따먹기나 하려던 계획이 완전히 틀어지니 너무 당황스러워 말도 안 나온다.
와줘서 고맙다더니 갑자기 운다.
그냥 나도 눈물이 나와서 같이 울었다.
잠시 뒤 들어온 제수씨가 이를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나가 버린다.
한참 뒤, 경과를 물으니 말기라 올해를 넘기기 힘들 거란다.
차라리 나 같은 언청이나 데려가지.
형식적인 위로를 대단히 싫어하나 해줄 건 이것뿐이라 그래도 힘내라는 말 몇 마디 하고 병원문을 나섰다.
신은 진짜 존재하나.
언청이인 나를 위로해 주던 이 착한 친구에게 왜 이러나.
이 친구의 외모와 여자관계에서의 인기를 마냥 부러워하며 심한 질투심에 시달렸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너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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