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 #거래처 담당 직원이 회사를 그만뒀다.
사업하는 친형의 보증을 섰다가 잘못되어 통장압류까지 들어오는 탓에 스스로 사직한 것이다.
꽤나 샤프해서 내가 좋아하던 스타일이었기에 많이 안타까웠다.
새로운 직장은 구했냐고 묻자 알아는 보고 있으나 잘 안된단다.
마침 다른 거래처의 어떤 사장이 경력직 직원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꺼냈다.
조건을 들어보니 전술한 직원이 생각난다.
양측 모두에게 상대에 대해 알려주고 만나나 보라고 자리를 주선했다.
간단히 소개나 시킬 요량으로 약속장소에 나도 나갔는데 전술한 직원이 먼저 와 있다.
그런데 옷차림, 특히 상의가 영 아니다.
채권자들이 옷도 다 가져간 탓에 오래된 잠바를 입고 나온 것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잤는지 가뜩이나 푸석푸석한 얼굴에 이렇게 입으니 노숙자가 따로 없다.
내가 입고 간 가죽자켓을 건네주며 입어보라고 했다.
샤프한 인상이 이 가죽자켓에 의해 더 강해지는데 기분 나쁜 게 아니라 신뢰도를 높인다는 느낌이 든다.
그 잠바는 버리고 이거 입고 사장을 만나라고 했다.
잠시 뒤 사장이 왔고 인사만 시킨 후 나는 일어났다.
며칠 뒤, 채용되었다는 연락을 이 직원이 해왔다.
고맙다며 밥이라도 산다기에, 상황 좋아졌다고 바로 나오지 말고 가능한 장기근속해 주는 게 나에 대한 보답이라 했다.
가죽자켓을 돌려준다기에 당신에게 맞춤처럼 잘 맞으니 입사 기념으로 가지라고 했다.
몇 달 뒤, 채용한 사장 역시 좋은 사람 소개해 줘서 고맙다며 술이라도 사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왔지만 그 사람에게 공정하게 잘 대해주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고 했다.
이달 초에 모르는 사장에게서 컨설팅 업무를 맡기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약속을 잡고 오늘 만났는데 조건이 너무 좋다.
일단 페이가 내 1년 총수입보다도 높다.
그러면서도 바라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날 어찌 알고 연락했는지 묻자 전술한 직원이 소개를 했단다.
컨설팅을 맡기는 사장은 다름 아닌 이 직원의 형인데 투자자 잘 만나 다시금 회사 살리고 지금은 이익을 많이 내고 있단다.
사장인 이 형에게 전술한 직원이 그랬단다.
어려울 때 일자리를 소개해 준 노무사가 있는데 형 탓에 신용불량자 되었다는 자기 사연을 듣고도 피는 콜라보다 진하니 가능한 형제간의 우애는 깨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동생이 너무 안쓰럽고 미안하던 차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 동생을 취업시켜주고 나아가 자기까지 실드 쳐준 것 같아 무지 인상 깊었단다.
그래서 나에 대해 자세히 묻고 기억해 두었다가 이번에 컨설팅이 필요해지며 연락을 한 거란다.
전술한 가죽자켓은 5십만 원 짜린데 수익률은 거의 워렌버핏인가?
결코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지만 축하주 마시는 내 심정은 노무노무 기쁘다.
이번엔 가죽자켓 3벌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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