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경우 대안은 '해외여행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라는 조건을 다는 겁니다. 아쉽지만 시간이 다 되어서 제 PT는 이만 마칩니다"
"노무사님, 계속해 주세요. 더 듣고 싶어요"
"사장님, 그럼 저희 법인과 형평성 문제가...."
"변호사님들에겐 이 분 PT 끝나고 추가시간 드릴게요. 그럼 공평하죠? 살면서 인사노무 관련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는 줄 처음 알았어요"
어제 아주 큰 #계약을 위한 PT를 했다.
나랑 모 법무법인이 최종 후보였고 이 법인에선 변호사 둘이 나왔다.
후보들에겐 15분씩 PT를 할 권리가 주어졌고 다 끝난 후 사장이 최종 결정을 한다고 했다.
변호사들이 먼저 했고 내가 뒤를 이었다.
원래는 15분 분량에 맞춘 슬라이드를 준비했지만 갑자기 즉흥적으로 하고 싶어진다.
일단 이런 무질서에 대한 욕망이 샘솟으면 억누르는 게 무지 힘들다.
계약 못 따도 좋으니 하고픈 거나 실컷 하자며 즉흥 강의를 시작했다.
약장수처럼 떠드는데 무지 신이 나면서 나도 모르게 각종 노무 이야기가 마구 튀어나온다.
어차피 16시간짜리 강의도 해봤기에 소재의 빈곤은 걱정할 바가 아니다.
작두 탄 무당 마냥 형언하기 힘든 이상한 존재가 내 입을 통해 말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15분이 지났고 마치려 하자 전술한 대로 사장이 더 해달란다.
그래서 또 작두를 탔고 거짓말 전혀 없이 진짜로 3시간을 내리 탔다.
중간에 점심시간이 있었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 토를 안 달았고 심지어 회장실 이야기도 안 나왔다.
3시간이 지나 뼈대는 다 훑었고 피로도 밀려오기에 이제 그만하겠다고 하자 사장이 갑자기 박수를 친다.
다른 임직원도 따라서 친다.
기가 질린 듯한 변호사들은 마찬가지 시간을 주겠다고 하자 10분 정도 떠들더니 준비한 게 다 끝났다며 스스로 막을 내린다.
잠시 뒤 사장이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더니 앞으로 잘 부탁한단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나오는데 빌딩 입구에서 변호사들과 눈이 마주쳤다.
어제는 비가 오기에 양복 젖는 게 싫어서 청바지에 부츠 그리고 항공잠바를 입고 갔다.
변호사들은 둘 다 상당히 고가로 보이는 양복을 입었는데 그래선지 날 처음 봤을 때는 위아래로 훑으면 무시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결국 내가 계약을 따내서인지 나올 때는 내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1달에 10시간도 일 안 하는 내가 적지 않은 돈을 버는 원천은 이와 같은 큰 계약의 체결이며 그 주된 수단은 전술한 무당 식 PT이다.
일단 이를 맞본 자는 거의 다가 나랑 계약을 했고 자문으로도 이어지며 계속 연을 이어간다.
노무사 되고 초창기에 하도 돈 벌기가 힘들기에 모 선배에게 하소연하자 상대가 화장실이나 밥 생각도 안 할 정도로 재미나는 강의를 하면 저절로 큰돈 들어온다고 했다.
당시엔 미친 소리로만 치부했지만 이게 정답이었고 연구에 연구를 하자 진짜 가능해졌다.
근데 이 단계에 오르기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과거의 나처럼 돈벌이 운운하며 푸념하는 후배 노무사들에게 이 방법 알려주면 욕하려나.
PS: JMS 정명석이 그 많은 여자를 섭렵할 수 있었던 요인도 내 영업무기와 일치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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