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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구개열언청이,자기혐오,포기

코인으로 수백 억 번 친구와 내 구순구개열(언청이)

by 강명주 노무사 2023. 2. 20.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종 연락하고 지내던 친구의 근황을 들었다.

코인으로 수 백 억을 벌고 아예 은퇴한 뒤, 잘 먹고 잘 산단다.

그래서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걸까.

이 친구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나는 전혀 안 그렇다.

물질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내가 잘났다는 정신승리를 시전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

내가 부러워하는 삶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소설 <모비딕(백경)>을 쓴 허먼 멜빌은 영문학 사상 최고의 명작을 남겼으면서도 생전엔 대단히 암울하고 비참했다.

그가 <모비딕>을 출간한 게 1851년인데 사망한 해인 1890년까지 겨우 3천부가 팔렸고 명성 역시 조금도 얻지 못한다. ​

하도 생활고가 심했기에 나이 50이 넘어 항구의 말단 세관원으로 취직하기도 했다.

하지만 1920년대 들어 <모비딕>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며 지금은 이 작품 없는 영문학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멜빌이 살던 당시에도 미국엔 부자들이 억수로 많았다.

산업화가 100프로 완성되기 전이라 법의 맹점 혹은 틈새시장이 많이 존재했고 이를 이용한 자들은 떼돈을 벌수 있었다.

이 자들 눈에 당시 말단 세관원으로 근무하던 멜빌이 인간으로나 보였을까?

오늘날 멜빌을 기억하는 자는 많으나 이 졸부들을 기억하는 자는 거의 없다.

나에게 전술한 친구와 멜빌 중 누구의 삶을 선호하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당장의 부귀영화보단 영원한 명예를 원하는 탓이다.

절대 내 역량으론 <모비딕> 같은 작품을 남길 수 없겠지만 그래도 죽는 그날까지 키보드를 붙잡고 고민은 할 것이다.

진짜진짜 운이 좋아 기억에 남을 작품을 남긴다면 더 없는 행복일 것이고 못 남겨도 상관없다.

마음껏 시도는 해봤기에 아쉬움은 안 느낄 것이므로.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내 구순구개열은 여전히 흉할 것이다.

그렇지만 예술 방면으로 뭔가 성과를 거둔다며 조금은 세상이 달리 봐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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