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아쉬움을 못 버리는 날 정신병자라며 욕하는 사람들:
#백화점에 다녀왔다.
쇼핑이 아니라 미련을 떨치기 위함이 목적이라 발걸음이 무거웠다.
며칠 전 모 중고시장에서 부츠를 보았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좋은 제품인데 막상 신어보니 나에겐 많이 크고 무엇보다 무게가 너무 나간다.
대단히 저렴한 가격이었기에 많이 아쉬웠지만 그냥 돌아섰다.
집에 와 검색을 해보니 상당히 비싼 제품이다.
- 그냥 살 걸 그랬나.
- 생각만큼 무겁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 무엇보다 디자인이 짱이라던데 난 이를 제대로 확인 못 했는데.
이와 같은 후회가 밀려오며 황급히 다시 사러 갔지만 이미 물건은 팔린 상태다.
이때부터 오늘까지 계속 괴로웠다.
전술한 후회와 함께 내 손에 다 들어왔던 거위를 놓쳤다는 생각도 들며 아쉬움이 아주 컸다.
그런데 좀 더 구체적으로 반추해 보니 내가 신기엔 확실히 컸던 것 같고 그렇게 큰 신을 신으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서커스단의 피에로처럼 보여 꽤나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만약 이 생각이 옳다면 나는 대단히 합리적인 결정을 한 셈이다.
이런 양 극단의 마음이 오가며 하도 답답하기에 제대로 된 물건을 보러 오늘 백화점에 갔다.
진짜 디자인이 그토록 이쁜지 그리고 내 발 사이즈에 맞는 신발의 무게는 어떤 지를 직접 확인하고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아무리 비싸도 꼭 사리라는 결심 하에 간 것이다.
해당 매장에 들어가 전술한 중고와 같은 모델로서 내 사이즈에 맞는 물건을 신어보니 역시나 많이 무겁다. 게다가 옆에서 본 디자인은 이쁘지만 위나 앞에서 보니 신발 코 부분이 너무 뭉툭해서 내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난다. 다소 뾰족하고 샤프한 타입을 난 선호한다.
전술했던 중고물건은 내 사이즈보다 많이 컸기에 이런 단점들이 더욱 도드라졌을 것이다. 고로 내 판단은 정확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대다수 사람이라면 조금 아쉬워하다 잊을 하찮은 문제에 나는 너무 집작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는 음식점에서 메뉴선정을 한 것을 두고도 비슷한 후회를 하며 미련을 지나치게 갖는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면 난 지금도 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사실은 다 구라고 현재의 내 모습이 마치 꿈속처럼만 느껴지며 내 진짜 상황이 이렇다는 게 도저히 안 믿긴다.
구순구개열이란 유전병에다 초고도근시인 눈 탓에 괴물 같은 얼굴을 가지고, 지나친 구타를 당해 성격은 개 같아진 상황에서, 정말 희박한 확률의 사고까지 당하여 꽃다운 시절 다 날린 채 성에도 차지 않는 직업에 종사해야 하는 내 지금 처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건 고문보다 더한 고통을 주기에 마음 깊은 곳에선 계속 저항만 하나 보다.
이러다 보니 이들 문제들로 인해 결혼 못 하고 혼자 사는 내 신세 또한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가상세계가 아닌가 하는 망상을 자주한다.
정상인으로 태어나 사랑받고 자라고 사고 역시 없었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 지에 대해 나도 모르게 되풀이하여 상상하는 습관은 늘 나를 따라다니며 이게 가끔은 전술한 신발 같은 정말 별거 아닌 케이스에서도 발현되곤 한다.
내 이런 습벽을 못 견디고 연을 끊는 자들도 많다.
난 그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내가 그들이라도 나처럼 자꾸 과거를 곱씹는 인간은 조금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와 유사한 일을 겪고도 절대 지금의 나처럼은 행동하지 않을 자들이 과연 많을지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다.
미련과 아쉬움에 너무 빠져 살면 정신병자 된다.
난 그 정도는 아니나 완전히 잊는 건 도저히 못하겠다.
이런 내 한계를 욕한다면 다 내 잘못이니 감수하겠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픈 걸 어쩌면 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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