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노무사, 나에게 할 말 없어?"
"없는데"
"전혀?"
"응"
"이상하네"
"뭐가?"
"이 정도 우리가 알고 지냈으면 당신이 나에게 뭔가 부탁을 해야 정상인데"
“내가 당신에게 왜 부탁을 해?”
“나랑 알고 지내는 사람들 다수는 내 인맥을 통한 영업을 목적으로 그러기도 하기에 당신도 마찬가지일줄 알았어”
“난 전혀 아냐. 내가 부탁하며 머리 숙이길 바랐어?”
“그게 저....”
“난 당신이란 사람 자체가 좋아서 만난 거였는데 지금 이 대화를 하고나니 당신이 아주 싫어졌어. 앞으론 연락마라”
아주 어릴 무렵 이맘때의 일이다.
같은 동네 살던 내 또래 아이가 긴 장화를 신고 나왔다.
안에는 털도 깔렸고 멋진 보안관 그림이 겉에 인쇄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제품이었다.
밑창에 구멍이 숭숭 난 낡은 신발을 신던 나는 한번만 신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잠시 생각하던 이 아이는 나에게 신을 벗어주었고 나에게도 딱 맞았다.
너무 신이 나서 일부러 진흙탕을 누비며 다니는데 이젠 돌려달란다.
조금만 더 신어보겠다며 거절하자 이 아이는 자기 엄마를 부른다.
이 여자는 날 아주 심하게 때리며 신발을 회수해갔고 이를 날 보호해줘야 하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도 봤지만 누구도 감싸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 여자에게 가담하여 같이 날 때렸다.
충치 치료조차 못 받고 밤새 성냥개비를 이 사이에 꽂은 채 치통을 버티던 당시 내 상황에서 너무 큰 걸 원했나보다.
이날, 난 욕망을 가지면 오히려 불행해진다는 걸 깨닫는다.
그 후로는 최대한 욕망을 억누르거나 잊으려 노력했고 성인이 되고 남들 다하는 연애가 하고 싶어졌을 때도 어차피 나는 구순구개열(언청이)이란 유전병을 가졌기에 누구의 사랑도 받을 자격이 없으니 사랑 따윈 잊고 지내자는 스탠스를 취한다.
이런 나에게 사기를 친 아주 나쁜 인간이 있었다.
나도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고 어딘가엔 날 사랑해줄 여자가 분명히 있으니 용기를 내란 말을 자꾸 내게 했다.
혹시나 하고 이 말을 따랐다가 결과적으로 파혼만 두 번을 당했다.
두 번 모두 결국 내 구순구개열이 이유였다.
당신의 말대로 했지만 남은 건 파혼뿐이라고 항의하자 이 자는 내가 접근을 잘못했다는 식으로 나에게만 책임을 돌리더니 종국엔 나를 차단해버린다.
이 사건으로 인해, 욕망을 갖지 말고 살아야 할 팔자를 나는 타고 났다는 생각은 더더욱 굳어진다.
전술한 대화는 아까 지인과 나눈 것이다.
넓은 인맥을 무지 자랑하며 실제로도 이를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주길 즐기는 자인데 이런 자 특유의 거들먹거림이 평소에도 눈에 거슬렀다.
이 사람 입장에선 남들과 달리 늘 꼬장꼬장한 내가 마음에 안 들었나본데 오늘의 대화를 통해 정나미가 떨어져서 전술한 것처럼 아예 연을 끊어버렸다.
혹자는 적당히 머리도 숙이며 둥글게 사는 게 인생이라지만 욕망을 가져봐야 대다수는 어차피 충족되지도 못할 내 팔자를 생각하면 그 어떤 욕망의 표출도 이젠 그저 짜증만 난다.
영업으로 먹고살아야 할 자격사가 절대 가지면 안 될 태도 같지만 신기하게 이를 좋게 보는 자도 있다.
절대 비굴한 태도 안 보이고 책과 블로그를 통해 하고픈 말 다 하며 자신 있게 사는 내 라이프스타일이 당당하다며 연락을 하고 일을 부탁하기도 한다.
수돗물로 배를 채울망정 돈 빌려달라는 그 흔한 부탁 한 번 안 하고 살아온 나 자신을 자랑해야 하는지 아니면 세상살이에 너무 부적합하다며 비판해야 하는지 죽을 때까지 나는 절대 모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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