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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종교,운명,불가사의

최근 교회를 다니게 된 아주 웃기는 계기

by 강명주 노무사 2022. 11. 13.

내가 요즘 #교회를 나가고 있다.

예배는 아니고 성경공부 모임이다.

벌써 3달째인데 지금 돌아봐도 그 시작이 참 웃긴다.

집 근처에 모 교회에서 운영하는 국수집이 있다.

성도들이나 가난한 자들에게 여기서 종종 국수를 대접하던데 어느 무덥던 지난 여름날, 미친 척하고 찾아갔다.

국수 한 그릇 달라고 너무도 뻔뻔히 요구를 하자 봉사하는 여자들이 꽤나 당황하더니 보통은 예배 끝나고 제공을 하나 나에겐 특별히 그냥 줄 테니 예수를 믿으란다.

난 예수 싫고 그래도 국수는 먹고 싶다고 땡깡을 부렸다.

다들 나를 마치 푸틴 보듯 하는데 마침 들어온 목사님이 그냥 드리라고 채근을 한다.

중간에 사리까지 추가하여 배터지게 먹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나오는 나에게 목사님이 그러신다.

앞으로 시장하시면 언제든 오시라고.

이 말이 이상하게 귓가에서 뱅뱅 돌았고 며칠 뒤 빵을 잔뜩 사가지고 또 갔다.

목사님이 계시기에 내 팔자가 너무 화가 나서 잠시 미쳤었다며 지난번 무례에 대해 사과를 한 뒤, 성도 분들이랑 같이 드시라고 빵을 내밀었다.

바쁘지 않으면 커피나 같이 하잔다.

조용한 방에서 길게 대화를 나눠보니 지식과 열린 마음 모두를 겸비하신 꽤나 훌륭하신 분이다.

내 마음속 울분에 대해서도 나도 모르게 다 털어놨고 이에 대해 함부로 하늘의 뜻 운운하지 않으시더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안 가지만 참 잘 견디셨다는 말만 하신다.

이 말에 울컥 눈물이 나와서 부끄럽지만 잠시 울었다.

예배 나오라는 말은 끝까지 안 하시더니 언제라도 대화를 하고 싶으시면 오라고 하신다.

그 후 나도 모르게 종종 찾아갔고 그러다 신이 아닌 인간예수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 성경공부에 참가하게 되었으며 오늘도 조금 전에 다녀왔다.

모임에 참석한 첫날, 같이 공부하는 분들 앞에서 난 예수가 여전히 참 싫고 하나님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대놓고 하자 다소 반발이 있었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고 그런 분들의 냉철한 이성이 성경공부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란 목사님의 쉴드에 별다른 문제없이 계속 나가고 있는 중이다.

김태희 같은 미녀 백 명을 준다고 해도 나는 절대 성경공부 따윈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들어만 주시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시는 이 목사님의 태도는 내 철통같은 방어막을 너무도 신기하게 허물어뜨렸다.

임자를 만난 걸까?

머릿속에선 별별 음란한 생각을 다 하면서도 경건히 성경을 품에 끼고 가장 깨끗한 옷을 입은 채 교회로 가는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무지 모순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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