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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비자,외국인,병역

50만 원 넘는 파카를 이 외국인근로자에겐 그냥 주고팠다

by 강명주 노무사 2022. 12. 17.
배교背敎: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
- 처음 만날 때부터 귤을 사왔고 그 이유를 묻자 아무리 무료상담이라지만 미안해서 그랬다고 함.
- 임금이 체불된 회사에 내가 연락하여 지급을 종용했고 이게 효과가 있어서 통장에 돈이 들어오자 수고비조로 3십만 원을 들고 옴. 이 종용이 효과가 없어서 노동청으로 사건이 넘어가면 그때 가서 수고비는 정하기로 하고 전화 정도는 무료로 해주기로 했음에도 이랬음.
- 무엇보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는 모습이 인상적임.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회사가 지정한 근처 식당에서 단체로 밥을 먹는데 거의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인 돼지고기를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거부하고 있음. 이를 불쌍하게 본 식당주인이 계란 프라이를 준다고는 하나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안 감. 그럼에도 아주 성실히 일하고 있기에 호평이 자자함. 한국에 입국하여 일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술과 고기에 빠져 배교하는 이슬함 사람들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난 개인적으로 무교지만, 신념을 지키는 사람을 가장 좋아함.
며칠 전 사진까지 올리며 자랑한 파카를 지난달에 만난 파키스탄 노동자에게 어제 주었다.
임금체불과 비자연장문제로 만났고 임금체불건은 전술한대로 내가 회사에 연락하여 잘 처리되었으며 비자연장 역시 내가 알려준 정보가 들어맞아서 원만히 해결되었다.
사실 외국인 근로자 건은 여러 명을 한 번에 처리하지 않는 한 큰돈은 안 된다.
하지만 비자문제와 노동문제가 혼재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노무사이자 행정사로서 보람을 느낄 소지는 가장 크다.
당시 다른 일로 바빴기에 이야기만 대충 듣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 했지만 전술한 귤이 일단 아주 큰 호감을 줬다.
한국인도 이러는 사람 거의 없고 무료상담을 남용하려고만 들기에 내 시간과 지식을 소중히 여기며 고마워하는 모습이 대단히 좋아보였다.
그래서 과중한 업무 탓에 직접 대리는 못해주지만 비자관련 정보는 주고 임금이 체불된 회사에 전화 정도만 해주겠다고 했다가 모든 게 다 잘 풀렸다.
그닥 해준 것도 없기에 잘 살라는 말을 마지막 전화에서 했는데 어제 불쑥 3십만 원을 들고 찾아오더니 받아달란다.
괜찮다며 그냥 가라고 해도 그럴 수 없다며 반 강제로 준다.
머나먼 타국에서 이 추위에 육체노동하며 잘 먹지도 못하는 이 청년의 마음씀씀이가 무척이나 고맙다.
나도 뭔가 더 해주고 싶기에 주위를 둘러보다 전술한 파카가 눈에 들어왔다.
야외활동이 난 거의 없고 가죽옷을 주로 입기에 이 친구에게 딱일 것 같다.
한 번 입어보라고 하자 맞춤처럼 잘 맞는다.
비록 구형이지만 새것처럼 상태가 좋고 무엇보다 품질이 아주 우수하니 노가다 할 때 입으라고 했다.
무척이나 좋아한다.
어눌한 한국어로 더듬거리며 그런다.
난 참 좋은 사람이라고.
솔직히 말하자면 절대 아닌데....
내 풀리지 않는 한恨 탓에 매일 수십 명을 마음속으로 죽이곤 하는데....
또 세상을 속이고 나니 이젠 쾌감보단 묘한 서글픔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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