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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군상,인간관계,대화법

그가 조금만 덜 미남이었다면?(신의 직권남용)

by 강명주 노무사 2020. 12. 10.

조금만 덜 잘생겼다면?​

두뇌가 그냥 보통 사람과 비슷했다면?​

올 여름에 해고된 어떤 중년 남성에 대해 문득 든 생각이다.​

마트에서 일했는데 다들 알다시피 동네 마트는 계산, 운반, 식품 포장, 전시 등 여러 일을 명확한 구분 없이 직원들이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분담하는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이 사람은 계산이나 전시 등은 체면을 이유로 완강히 거부했다.​

게다가 남들 다하는 연장근로(그리 심하지도 않았다)마저 거절하는 통에 노사 모두가 이 사람을 굉장히 싫어했다.​

이 사람 외모는 굉장하다.​

풍채와 얼굴만 보면 영화배우 뺨친다.​

젊어서는 아마추어 모델도 했다던데 여자 울리기 딱 좋은 얼굴이다.​

머리도 좋아서 명문대를 나왔고 이런 조건들이 뒷받침되니 자존심이 하늘을 찌른 눈치다.​

이 사람과 친하다는 매니저를 통해 들으니 한때는 행정고시를 했다고 한다.​

꽤 오래 했는데 불행히도 합격을 못했고 결국 취업을 했단다.​

그래도 용모를 여전하기에 결혼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재벌집 딸내미 아니면 성에 안찼다고 한다.​

이러다 사내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여직원을 건드렸고 진심이었던 이 여직원은 노리개였을 뿐이라는 걸 알자 음독자살을 기도한다.​

당연히 이 사람에 대한 비난은 빗발쳤고 해고되었다.​

그 뒤로도 누구에게도 정은 주지 않은 채, 성적 대상으로만 삼는 행동을 반복하다 여러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별다른 기술과 경력이 없기에 결국 이 마트까지 흘러오게 된 거다.​

아무리 조건이 좋았어도 지금은 그냥 백수 중년일 뿐인데 마음은 고위 공무원인 듯하니 주변에서 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 ​ ​ ​ ​ ​ ​

나와의 최종 면담자리에서도 노무사를 대단히 하대하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여러 사유를 종합하니 해고가 정당해 보였기에 이를 통지하자 인터넷 찾아보았다며 반드시 구제신청 넣겠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나갔다.​

이게 지난 장마 때 일인데 이 마트 점장에게서 아까 전화가 왔다.​

어제 이 사람이 마트에 찾아와 다시 채용되고 싶다고 사정했단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당장 생활비가 없으니 꼭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했단다.​

그 몸으론 불가능하다며 2만원을 그냥 주면서 몸이라도 좋아지면 다시 오라고 했단다.​

행정고시 밀어주다 부모는 늙어 죽고 형제들과는 연이 끊겼다던데 너무 빨리 몰락을 하니 해고를 권유했던 나로서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중년의 몰락은 늘 슬프지만 이번엔 느낌이 다르다.​

신의 별다른 사랑을 못 받았던 일반인들은 차라리 운수라도 탓하겠지만 이 사람처럼 많은 선물을 받은 자가 이러는 걸 보니 솔직히 화가 난다.​

특출난 외모와 지력이 이 사람에겐 독이었을까?​

나를 포함해 그게 없어서 한탄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신이 과연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신을 징계할 수는 없겠지?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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