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덜 잘생겼다면?
두뇌가 그냥 보통 사람과 비슷했다면?
올 여름에 해고된 어떤 중년 남성에 대해 문득 든 생각이다.
마트에서 일했는데 다들 알다시피 동네 마트는 계산, 운반, 식품 포장, 전시 등 여러 일을 명확한 구분 없이 직원들이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분담하는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이 사람은 계산이나 전시 등은 체면을 이유로 완강히 거부했다.
게다가 남들 다하는 연장근로(그리 심하지도 않았다)마저 거절하는 통에 노사 모두가 이 사람을 굉장히 싫어했다.
이 사람 외모는 굉장하다.
풍채와 얼굴만 보면 영화배우 뺨친다.
젊어서는 아마추어 모델도 했다던데 여자 울리기 딱 좋은 얼굴이다.
머리도 좋아서 명문대를 나왔고 이런 조건들이 뒷받침되니 자존심이 하늘을 찌른 눈치다.
이 사람과 친하다는 매니저를 통해 들으니 한때는 행정고시를 했다고 한다.
꽤 오래 했는데 불행히도 합격을 못했고 결국 취업을 했단다.
그래도 용모를 여전하기에 결혼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재벌집 딸내미 아니면 성에 안찼다고 한다.
이러다 사내에서 자신을 좋아하는 여직원을 건드렸고 진심이었던 이 여직원은 노리개였을 뿐이라는 걸 알자 음독자살을 기도한다.
당연히 이 사람에 대한 비난은 빗발쳤고 해고되었다.
그 뒤로도 누구에게도 정은 주지 않은 채, 성적 대상으로만 삼는 행동을 반복하다 여러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별다른 기술과 경력이 없기에 결국 이 마트까지 흘러오게 된 거다.
아무리 조건이 좋았어도 지금은 그냥 백수 중년일 뿐인데 마음은 고위 공무원인 듯하니 주변에서 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나와의 최종 면담자리에서도 노무사를 대단히 하대하는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여러 사유를 종합하니 해고가 정당해 보였기에 이를 통지하자 인터넷 찾아보았다며 반드시 구제신청 넣겠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나갔다.
이게 지난 장마 때 일인데 이 마트 점장에게서 아까 전화가 왔다.
어제 이 사람이 마트에 찾아와 다시 채용되고 싶다고 사정했단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당장 생활비가 없으니 꼭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했단다.
그 몸으론 불가능하다며 2만원을 그냥 주면서 몸이라도 좋아지면 다시 오라고 했단다.
행정고시 밀어주다 부모는 늙어 죽고 형제들과는 연이 끊겼다던데 너무 빨리 몰락을 하니 해고를 권유했던 나로서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중년의 몰락은 늘 슬프지만 이번엔 느낌이 다르다.
신의 별다른 사랑을 못 받았던 일반인들은 차라리 운수라도 탓하겠지만 이 사람처럼 많은 선물을 받은 자가 이러는 걸 보니 솔직히 화가 난다.
특출난 외모와 지력이 이 사람에겐 독이었을까?
나를 포함해 그게 없어서 한탄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신이 과연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신을 징계할 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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