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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변호사선임등대처법)

전과는 전과를 낳고(전과자 되지 말라는 진짜 이유)

by 강명주 노무사 2022. 6. 17.

전과는 전과를 낳고(전과자 되지 말라는 진짜 이유)​

알던 사람이 성범죄자가 됐다.​

이로 인해 직장에서도 짤리게 되어 상황이 무지 안 좋다.​

몇 년 전만해도 이 사람은 대기업 부장으로 아주 잘 나갔다.​

유력한 임원 후보였기에 사내에서 아무도 이 사람을 우습게 못 봤다.​

그러다 가벼운 도로교통법 위반을 했고 이게 모든 사단의 시작이 된다.​

차로 재래시장 지나다가 바닥에 놓아둔 야채를 밟고 지나갔다던데 본인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단다.​

어느 정도 법적 지식이 있던 상태라 고의가 아니라면 재물손괴죄 인정 안 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계속 무죄 주장만 한다.​

피해를 본 상인은 원래는 경찰 안 부르고 야채 값만 보상해주면 그냥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 부장이 이를 거부하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자 결국 신고가 들어간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이 사람 말이 맞으나 도로교통법상 재물손괴죄는 중과실의 경우에도 처벌된다.​

cctv를 보니 이 사람 차가 인도를 약간 타 넘고 들어가는 게 잡혔고 그 인도에 문제의 야채가 놓여 있었기에 중과실이 인정되어 형사처벌 되고 만다.​

억대 연봉 받는 입장에서 다소 손해 같더라도 야채 값 주고 끝냈다면 어땠을지.​

여튼 이제 전과자가 됨 셈인데 이후 이 사람은 다소 이상한 생각을 한다.​

어차피 전과자가 되었고 이 나라 법이 이상하니 적당히 막 살자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러다 술에 취한 채 들어간 편의점에서 만난 싸가지 없던 알바와 시비가 붙었고 전과자 되기 전엔 꿈도 안 꿨을 손찌검을 하고 만다.​

이 알바도 물리적 대응을 했기에 결국 둘 다 쌍방폭행으로 입건된다.​

여기서 이 사람의 법적 지식이 또 독으로 작용한다.​

단순폭행이니 합의서 받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리라 생각하고 여유를 부렸는데 상대방은 전혀 다른 자세였단다.​

합의는 절대 없고 나도 처벌받을 테니 저 사람도 처벌해 달라며 탄원서까지 낸다.​

악질인지 쌍또라이인지 아니면 진짜 열 받은 인간인진 모르지만 결국 이래서 또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제 전과 2범.​

이즈음 회사 임원승진 평가가 시행된다.​

이런 일들이 없었다면 당근 승진을 했을 텐데 전과 기록이 발목을 잡았고 도덕성을 유난히 강조한 새 사장의 방침 탓에 물을 먹는다.​

- 그깟 전과가 뭐라고.​

- 버러지 같은 놈들 몇 대 쥐어박은 게 무슨 그리 큰죄라고.​

- 돈 몇 푼에 눈이 벌게서 나를 붙잡고 늘어지던 장사치의 말을 왜 공권력은 나처럼 이 사회의 핵심이 사람 말보다 더 중시하는 건지.​

위로해주는 술자리에서 이 사람이 대놓고 내뱉은 말들이다.​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귀책사유일 텐데, 이를 이처럼 받아들이는 게 나로선 무척이나 안타까웠고 그래도 워낙 자존심이 세기에 아무런 반론을 펴지 않았다.​

그 후 태만한 근무태도 탓에 지방으로 좌천되어 아내랑도 사이가 안 좋아졌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 몇 달 전, 성범죄에 연루되었고 이게 유죄확정되면 회사에서 바로 짤리기에 어떻게든 막아야한다는 전화가 이 사람에게서 왔다.​

또 술에 취해 공원에서 자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여자화장실이었고 사진도 찍었단다.​

본인은 기억이 없다지만 cctv에 다 잡혔고 그 안에서 셔터 소리를 들은 여자증인도 있으며 화장실 일부가 찍힌 사진도 포렌식에서 나왔단다. ​

정식공판에 회부되었고 당근 무죄는 불가능해 보인다.​

임원승진 실패 후 회사와 늘 티격태격했기에 가뜩이나 눈에 가시로 여기던 회사는 이번 일을 무지 기뻐하는 눈치다.​

바로 징계위원회 열어 해고시키려 하며 그나마 이 사람과 옛정이 있는 관리자들이 권고사직을 권유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성범죄만은 용서 못 한다며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있고 자식들도 본인들 체면이 너무 깎여서인지 연락도 안 받는단다.​

요양원 시절부터 이런 사람들을 꽤나 많이 보았다.​

일단 전과자 되고나자 반성보다는 사회 탓을 많이 하다가 결국 진짜 범죄자 되는 자들.​

오래 전 누명 썼던 당시, 벌금 정도는 노무사로서 일하는 데 영향이 없고 진짜 별것 아니니 그냥 받아들이라는 말에 내가 기를 쓰고 저항했던 주된 이유도 이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공포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살인도 처음만 어렵다는 어떤 연쇄 살인자 말은 정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좋은 건 아무리 반복해도 무방하나 안 좋은 건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통설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하다.​

인간도 살아온 대로 관성에 따라 사는 측면이 강한 동물이기에 전과기록은 더더욱 무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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