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는 전과를 낳고(전과자 되지 말라는 진짜 이유)
알던 사람이 성범죄자가 됐다.
이로 인해 직장에서도 짤리게 되어 상황이 무지 안 좋다.
몇 년 전만해도 이 사람은 대기업 부장으로 아주 잘 나갔다.
유력한 임원 후보였기에 사내에서 아무도 이 사람을 우습게 못 봤다.
그러다 가벼운 도로교통법 위반을 했고 이게 모든 사단의 시작이 된다.
차로 재래시장 지나다가 바닥에 놓아둔 야채를 밟고 지나갔다던데 본인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단다.
어느 정도 법적 지식이 있던 상태라 고의가 아니라면 재물손괴죄 인정 안 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계속 무죄 주장만 한다.
피해를 본 상인은 원래는 경찰 안 부르고 야채 값만 보상해주면 그냥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 부장이 이를 거부하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자 결국 신고가 들어간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이 사람 말이 맞으나 도로교통법상 재물손괴죄는 중과실의 경우에도 처벌된다.
cctv를 보니 이 사람 차가 인도를 약간 타 넘고 들어가는 게 잡혔고 그 인도에 문제의 야채가 놓여 있었기에 중과실이 인정되어 형사처벌 되고 만다.
억대 연봉 받는 입장에서 다소 손해 같더라도 야채 값 주고 끝냈다면 어땠을지.
여튼 이제 전과자가 됨 셈인데 이후 이 사람은 다소 이상한 생각을 한다.
어차피 전과자가 되었고 이 나라 법이 이상하니 적당히 막 살자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러다 술에 취한 채 들어간 편의점에서 만난 싸가지 없던 알바와 시비가 붙었고 전과자 되기 전엔 꿈도 안 꿨을 손찌검을 하고 만다.
이 알바도 물리적 대응을 했기에 결국 둘 다 쌍방폭행으로 입건된다.
여기서 이 사람의 법적 지식이 또 독으로 작용한다.
단순폭행이니 합의서 받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리라 생각하고 여유를 부렸는데 상대방은 전혀 다른 자세였단다.
합의는 절대 없고 나도 처벌받을 테니 저 사람도 처벌해 달라며 탄원서까지 낸다.
악질인지 쌍또라이인지 아니면 진짜 열 받은 인간인진 모르지만 결국 이래서 또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제 전과 2범.
이즈음 회사 임원승진 평가가 시행된다.
이런 일들이 없었다면 당근 승진을 했을 텐데 전과 기록이 발목을 잡았고 도덕성을 유난히 강조한 새 사장의 방침 탓에 물을 먹는다.
- 그깟 전과가 뭐라고.
- 버러지 같은 놈들 몇 대 쥐어박은 게 무슨 그리 큰죄라고.
- 돈 몇 푼에 눈이 벌게서 나를 붙잡고 늘어지던 장사치의 말을 왜 공권력은 나처럼 이 사회의 핵심이 사람 말보다 더 중시하는 건지.
위로해주는 술자리에서 이 사람이 대놓고 내뱉은 말들이다.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귀책사유일 텐데, 이를 이처럼 받아들이는 게 나로선 무척이나 안타까웠고 그래도 워낙 자존심이 세기에 아무런 반론을 펴지 않았다.
그 후 태만한 근무태도 탓에 지방으로 좌천되어 아내랑도 사이가 안 좋아졌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그러다 몇 달 전, 성범죄에 연루되었고 이게 유죄확정되면 회사에서 바로 짤리기에 어떻게든 막아야한다는 전화가 이 사람에게서 왔다.
또 술에 취해 공원에서 자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여자화장실이었고 사진도 찍었단다.
본인은 기억이 없다지만 cctv에 다 잡혔고 그 안에서 셔터 소리를 들은 여자증인도 있으며 화장실 일부가 찍힌 사진도 포렌식에서 나왔단다.
정식공판에 회부되었고 당근 무죄는 불가능해 보인다.
임원승진 실패 후 회사와 늘 티격태격했기에 가뜩이나 눈에 가시로 여기던 회사는 이번 일을 무지 기뻐하는 눈치다.
바로 징계위원회 열어 해고시키려 하며 그나마 이 사람과 옛정이 있는 관리자들이 권고사직을 권유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성범죄만은 용서 못 한다며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있고 자식들도 본인들 체면이 너무 깎여서인지 연락도 안 받는단다.
요양원 시절부터 이런 사람들을 꽤나 많이 보았다.
일단 전과자 되고나자 반성보다는 사회 탓을 많이 하다가 결국 진짜 범죄자 되는 자들.
오래 전 누명 썼던 당시, 벌금 정도는 노무사로서 일하는 데 영향이 없고 진짜 별것 아니니 그냥 받아들이라는 말에 내가 기를 쓰고 저항했던 주된 이유도 이들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공포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살인도 처음만 어렵다는 어떤 연쇄 살인자 말은 정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좋은 건 아무리 반복해도 무방하나 안 좋은 건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통설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하다.
인간도 살아온 대로 관성에 따라 사는 측면이 강한 동물이기에 전과기록은 더더욱 무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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