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내가 앓았던 전정신경염이란 병은 딱히 치료법이 없다. 어지러워도 자꾸 몸을 움직여서 뇌가 어지러움에 익숙해 지도록 만드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일부 병원들이 전정신경염 환자를 위한 재활운동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의 카페를 가보면 그래도 유명 병원에 다녀왔다는 글들이 많다. 별다른 치료법이 없으니 당연히 실망했다는 글이 많을 것 같지만 처방해준 약을 먹으니 좋아졌다는 글도 많다.
문제는 이 약의 정체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라 신경안정제 등 우울증약이 대부분이기에 먹는 동안에는 잠시 어지러움을 덜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울증 약의 특성상 몸이 나른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며 약을 끊으면 어지러움이 다시금 밀려오기 마련이다.
양심적인 의사들은 약 처방 보다는 운동을 권장하는데 일부 의사들은 이 병의 특성을 이용하여 돈벌이에 골몰하기도 하는 듯하다.
처음 이 병이 발생했을 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유명하다는 개인병원을 기다시피하여 찾아갔는데 이런 내용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이 우울증약만 처방해주기에 나름 명의(?)라는 이 의사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지방의 모 병원에서 일하고 계시는 신경과 의사선생님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되었고 그 분을 찾아갔다. 딱히 치료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 병에 대처하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이 선생님은 내 기대에 흡족하게 이 병의 특성을 전반적으로 자세히 설명해주셨고 어차피 발생한 상태이고 치료가 힘들다면 잘 관리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 후 이분의 말씀대로 그냥 마음을 편히 가지고 꾸준히 운동하며 식습관도 야채위주로 바꿨더니 지금은 왼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지러움 클리닉이란 것도 만들어서 열심히 환자를 끌어 모으며 홍보를 하고 있는 세칭 유명 병원들이 적지 않다. 뇌질환이 원인인 어지러움을 제외하고는 딱히 치료법이 없는 현실에서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환자들과 이를 이용해 돈벌이 하는 병원을 보며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심각한 의심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병원의 네임밸류보다는 개개 의사의 솔직함과 성실함에 포인트를 두고 병원을 선택한다. 어차피 요즘은 상향평준화와 정보의 대칭성 향상 덕분에 대다수 의사분들이 모두 우수하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보다 양심적이고 솔직한 분들에게서 정확하고 합리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닐까. 특히 혹자는 지방의 병원을 무시하기도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지방에 계시는 분들이 더 훌륭한 경우가 오히려 많았다.
양심적인 의사분의 진실된 이야기는 무시하고 언론이 만들어낸 환상에 사로잡혀서 아직도 병원 이름만 보고 닥터쇼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환자들의 마인드 혁신 역시 의료개혁의 필수요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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