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노무사님, 요전에 인사 나눈 김xx 이사입니다"
"아, 이사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제 애가 회사에서 갑자기 쫓겨날 위기에 처했길래 실례를 무릅쓰고 밤늦게 전화드렸습니다"
"잘하셨어요. 구체적인 상황부터 말씀해 보세요"
#노동법 강의하다 보면 노동법에 상당히 회의적인 혹은 적대적인 수강생을 만날 때가 있다.
주로 가방끈 길고 사회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이 이러는데 전술한 이사가 대표적이다.
인사과 직원들이 내 강의를 열심히 듣는다는 소문을 듣고 어떤 강의인지 궁금해서 들어왔다던데 강의 초반부터 노조나 노동법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질문을 해댔다.
일단 노조와 노동법의 연원, 의의, 취지, 역할 등을 설명할 테니 그걸 듣고도 할 말 있으면 하시라며 내 강의부터 했다.
2시간가량 이것들을 듣더니 그냥 나가버린다.
나중에 복도에서 만났길래 하실 말씀 있으면 마음껏 하시라고 하니 멋쩍게 웃으면 강의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참겠다던데 별다르게 반론 펼 게 없는 눈치다.
경제발전만 놓고 보면 노동법은 분명히 득보다는 실을 많이 가져온다. 노조 역시 업무방해나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행동을 할 소지가 크기에 사회적 이익보다는 비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 제도를 헌법이 인정하는 이유는 주어진 빵보다 중요한 것이 그 빵의 질과 양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이고 빵을 위한 인권의 희생에도 태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간단한 원리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데 강의 종료 후 이들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볼 때, 솔직히 가장 보람을 느낀다.
10여 년 전 내가 노무사 준비를 할 때는 노무사를 모르는 사람이 다수였다. 지금은 다수가 노무사를 알고 너도나도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찾으려 애쓴다.
이념, 정권과 무관하게 노동에 대한 관심은 급증할게 뻔하다. 이런 변화에 조금이나마 내가 일조할 수 있다면 가난한 독거노인이지만 그럭저럭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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