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금 전 짱깨집의 한 장면.
어떤 커플이 아주 심각한 얼굴로 마주보고 앉아있다.
앞에는 짜장, 짬뽕, 탕수육 세트가 놓여 있는데 둘 다 젓가락도 안대고 소주만 마신다.
남자는 옷도 번듯하고 꽤 미남이다.
여자는 좀 꾀죄죄한 복장에 다소 노안틱.
이제 일어나자는 남자를 여자가 자꾸 붙잡으며 좀 더 이야기를 하잔다.
남자는 꽤나 짜증나는 얼굴로 그냥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
옆에서 열심히 경청한 결과, 상당히 오래 사귄 커플인데 남자는 헤어지고 싶어 한다.
여자는 못 보내겠다는데 남자에겐 젊고 직업 좋은 다른 여자가 생겼다.
이거라도 먹고 가라며 남자의 입에 탕수육을 여자가 넣어줬지만 싸구려 동네 음식은 질렸는지 영 내켜하지 않는 반응.
결국 새로운 여자의 연락으로 추정되는 전화가 오자 남자는 일어서고 이야기 할 게 있다고 전화기를 달라던 여자는 남자의 뿌리침 탓에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소주 원 샷을 하고 바로 나가 버린 남자.
여자는 일어날 생각은 안한 채 울고만 있다.
카운터의 사장님이 와서 일으켜 새웠지만 엉엉 우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여자.
근데 이 순간, 왜 짜장면 곱빼기 양이 과거의 보통과 동일하냐며 내가 클레임을 넣자 나라 잃은 얼굴로 나만 바라보는 사장과 여자.
이렇게 흔해빠진 중국집의 가난한 커플은 각자의 길을 가고 노무사로 일하는 어떤 독거노인은 침을 흘리며 남은 탕수육만 바라보고 있다.
2020년 가을 어느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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