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명주야, 지금 와줄 수 있어?"
"지금?"
"응. 꼭 네가 필요해"
"정말 미안한데 다리 다친 게 또 도져서 도저히 갈 수가 없어"
"언제나 그럼 가능한데?"
"의사 말로는 올 가을에나 거동이 가능할 거래"
"아, 상대방이 너무 막무가내고 날 여자라고 만만히 봐서 너 같은 남자가 진짜 필요한데"
2. "영미야(가명), 내가 지금 가줄게"
"아냐, 됐어“
“그 놈들이 막무가내라며? 내가 가서 한소리하면 좀 나아질 거야”
“오지 마, 그냥 내가 처리할게”
“그렇게 거친 놈들을 어떻게 너 혼자 처리해?”
“설사 처리 못해서 큰 불이익 보더라도 네 얼굴 또 보는 것 보다는 나. 난 다시는 너랑 다시 상종하기 싫으니 절대 오지 마”
1과 2중 뭐가 더 마음이 아플까?
둘 다 경험해 보니 나에겐 2가 더 아팠다.
1의 경우엔 내 상황만 좋아지면 바로 달려갈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그래도 남아 있지만 2는 상대가 날 극렬히 거부하기에 그 어떤 가능성도 없다는 점에서 그랬던 것 같다.
세상 살며 겪게 되는 #슬픔의 가짓수에 과연 한계란 게 있을까?
너무 잦은 슬픔은 이로 인한 고통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는 본성 탓인지 마음을 돌로 만드는 것 같다.
타인의 고통에 별다른 공감을 못 하는 요즘의 날 보니 전혀 이렇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이 떠오르지만 그 동안 살아온 걸 생각하면 내 탓만은 아니겠다는 변명이 절로 나오네.
이런 거 거의 모르고 사는 자들이 나만 부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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