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때의 일이다.
원생 몇몇이 하도 배가 고프다 보니 근처 밭에서 무를 훔쳐 먹다가 걸렸다.
#농부는 진심어린 사과를 하면 신고를 안 하겠다고 했고 사과하는 그 날이 왔다.
지금처럼 몹시 추운 겨울이었고 온수도 안 나왔지만 다들 찬물에 머리를 감고 샤워도 했으며 가진 옷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걸 입고 갔다.
최대한 깨끗하고 깔끔해야 사과가 먹힐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액의 임금체불로 형사처벌이 코앞에 닥친 사장이 직원들에게 사과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상황이 안 좋다며 여전히 임금은 체불된 상태지만 어떻게든 형을 낮추기 위해 사과하는 거다.
그런데 이 사장은 고가의 넥타이핀에 비싼 시계, 명품 양복과 구두를 착용하고 나왔다.
이에 직원들은 사장이 궁극적으로 바라던 처벌불원서를 써주기는커녕 엄벌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합의를 본다.
자신들을 우롱하는 듯해서 절대 용서 못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반면 전술한 원생들은 흔쾌히 용서를 받았다.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말까지 들었단다.
사과 시의 복장이나 외모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던데 상황에 맞춰 이걸 조정하는 것도 사과의 효과에 은근히 영향을 주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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