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모 사장이 요즘 아주 신이 났다.
나이가 상당한 사람인데 평소 근엄한 모습은 간데없이 직원들에게 걸핏하면 농담을 하고 같이 술도 자주 먹으며 전례 없이 즐거운 인생을 누리고 있다.
미모의 #세컨드가 생긴 것도 아니고 로또에 당첨된 것도 아니기에 갑자기 이러는 이유에 대해 직원들이 아주 궁금해 하던데 대충 나는 짐작이 간다.
내 추측으로는 이 사장의 절친인 또 다른 사장에게 닥친 불행 탓이다.
이 둘은 내가 알기로 근 60년 지기다. 청소년기부터 알던 사이라는데 다소간의 격차가 꾸준히 있었다. 일단 진학에 있어서 이 사장의 절친은 늘 최고 학교에 입학한 반면 비슷하게 공부를 잘한 이 사장은 그러지 못했다. 취업에서도 둘 다 큰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절친은 성공한 반면 이 사장은 그렇게 되지 못했다. 배우자 미모에서도 좀 못하다는 말이 들린다. 자식 농사에 있어서도 절친이 대외적으론 나아 보인다. 중년이 되어 유사 업종에서 둘 다 개업을 했는데 매출이나 당기순이익 등에 있어서도 절친인 사장의 회사가 우위에 있다.
오랜 친구에 같은 업종이라 모 협회를 통해 나는 거의 동시에 이들을 알게 되었는데 술자리에서 이 둘의 대화를 반추해 보면 이 사장은 거의 항상 도전적인 태도로 말을 했고 절친인 사장은 다소 위에서 이야기하는 투였다.
전술한 차이를 이 사장도 어쩔 수 없이 인정은 했는지 이를 이유로 싸운 적은 없고 그럭저럭 60념 넘게 우정을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난 가을, 갑자기 이 사장의 절친이 사장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회사 일도 해줬기에 나 역시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전문경영인을 고용했다는 말만 들릴 뿐 퇴직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얼마 전 모 치매 전문 클리닉에 이 절친이 다닌다는 소식을 바로 이 사장으로부터 들었다. 말로는 굉장히 걱정스럽고 안타깝다지만 눈은 분명히 웃고 있었다. 협회사람들이나 다른 사장들에 의하면 이 사장은 절친의 치매사실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서도 절대 소문내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는 모순을 보인다고 한다.
치매 걸린 이 절친이 사장으로 있던 회사의 임원이 퇴직하며 얼마 전 나와 간단하게 한 잔 했다. 임원의 향후 진로를 주로 이야기 했는데 이 절친인 사장의 치매이야기도 나왔다. 치매가 맞는다고 한다. 작년부터 건망증이 심해지더니 올해 초부터는 업무상 중요한 일도 너무 자주 까먹기에 몰래 미국 병원 가서 진료도 받았다는데 별다른 효과를 못 봤다고 한다.
친구의 치매사실을 떠들고 다니는 이 사장은 입버릇처럼 절대 남을 질투하지 말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며 항상 감사하라고 말했기에 내 감정은 더욱 묘하다. 치매 걸린 친구에게는 거의 항상 뒤졌지만 나름 학벌 좋고 돈도 많이 벌었으며 썩 괜찮은 회사도 소유한 상태인데 그 동안 쌓인 게 그토록 많았을까. 60여년이 지나도 질투심은 여전한 걸까.
친구의 치매치료를 돕는다는 명분하에 그 친구 가족들은 찾아오는 것을 싫어함에도 자꾸 찾아가려 하고 좋은 약 없냐며 여기저기 그 친구의 치매사실을 떠벌이는 이 사장의 모습을 보니 우정이나 사랑 같은 감정들의 덧없음이 새삼 느껴진다.
친구의 치매가 그토록 기쁜지 새해맞이 보너스 파티를 하고 싶다며 관련 법 문의를 이 사장이 해 왔다. 이유 없이 돈 쓰는 걸 정말 싫어하는 사람인데....
타인의 신을 신고 걸어보기 전에는 그 타인을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 사장의 마음 속 응어리가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른다. 그렇기에 이 사장을 탓하는 것이 잘못일지도 모른다. 치매 걸린 절친이 알게 모르게 이 사장의 감정을 60년이 넘게 건드렸을 수도 있다.
여하튼 문제는 질투심이다. 정당성을 떠나서 일단 질투심이 생겨나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정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일 무서운 감정이다.
그렇다면 타인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조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내 팔자에 대해 나는 신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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