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노무사, 내가 드디어 임원이 됐어. 강남 비싼 술집에서 거하게 한잔 살 테니 꼭 나와!!!"
내가 사는 아파트 주위엔 #고시원이 제법 있다.
오래 된 동네라 그런가본데 베란다에 나가서 창문을 열면 이들 고시원의 옥상이 눈 아래 바로 보인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주 이 옥상에서 서성인다.
다들 고시원 입주자일 텐데 거의 다가 담배와 핸드폰을 양 손에 각각 들고 있다.
흡연을 하며 통화를 하거나 핸드폰을 쳐다보는 자도 있지만 상당수는 담배만 빨아대고 핸드폰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핸드폰을 통한 소통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내려놓은 듯한 이들의 태도는 나에게 묘한 감정이입을 가져온다.
전화 올 곳이 없음을 너무 잘 알면서도 늘 전화기를 몸에 지니고 다녔고 그러다 가뭄에 콩나듯 전화가 오면 반갑게 받기는커녕 왜 이제서야 했냐는 듯 화부터 내던 요양원에서의 그때가 고스란히 떠오르는 것이다.
요즘 고시원은 시험준비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사정이 딱해서 머무는 자들이 다수라던데 이를 증명이나 하듯 옥상에 출몰하는 자들의 연령대는 꽤나 높다.
나처럼 부쩍 늙어 보이는 자들이 옥상에서나마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이리 저리 걷는 것을 보면 과연 무슨 이유로 이들은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안타까움과 동시에 궁금증도 생겨난다.
전술한 대화는 친한 지인으로부터 오늘 오전에 받은 톡이다.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들어가 청춘을 바친 사람인데 그 보상을 드디어 받았나보다.
자기가 없으면 그 기업이 당장 망할 것처럼 다소 거드름도 피우지만 본성은 착한 사람이다.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당연히 나가서 축하해줘야 한다.
다만, 이 지인과 비슷한 나이에 이 깡촌 고시원에서 한겨울을 보내야 하는 슬픈 인생들과 자연히 비교가 된다.
과연 이 지인만 열심히 살았을까?
왜 그리고 무엇 때문에 이 지인과 옥상 사람들 사이엔 이 엄청난 갭이 생겨난 걸까?
삶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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