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나는 걸핏하면 학교를 빠져나왔다.
중고딩들은 한창 사춘기라 그럴 수 있다지만 초딩이 이러는 건 나 때도 드물었다.
집에 가도 반겨줄 사람이 없었기에 그냥 산과 들을 거닐다가 미친개에게 쫓기거나 이상한 무당을 만날 뿐이었지만 그래도 밖이 좋았다.
하교시간이 가까워지면 엔간하면 학교로 돌아갔다.
이때라도 돌아가면 함부로 농땡이 친 것에 대한 체벌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눈이 나빠서 칠판 글씨가 안 보이니 공부가 될 리 없었고 언청이(구순구개열)라고 나를 놀리기만 하는 애들과는 전혀 친해질 수 없었다.
이런 나에게 학교는 그저 감옥일 뿐이라 기를 쓰고 빠져나왔나 본데 이런 이유를 제외하고도 가만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곱셈, 나눗셈도 못하는 나를 선생들은 지진아 취급했다.
6학년 겨울방학이 되어 이제 중학생이 될 걸 생각하니 맞춤법과 곱셈, 나눗셈 정도는 익혀야 할듯하여 독학을 할 때까지, 나는 정말 학습에 있어 많이 부진했다.
애들이 하는 놀이에 끼고 싶어도 룰이 잘 이해가 안 가서 낄 수가 없었던 사실도 이제 와 생각하니 꽤나 슬펐던 것 같다.
지인의 애가 ADHD 판정을 받았단다.
가만있지 못하고 늘 뛰어 다니며 학습능력이 현저히 낮고 또래들과 거의 어울리지 못한단다.
이에 대해 듣다보니 내 어린 날이 생각난다.
전술한 것에 기반하여 판단하면 나도 ADHD였을까?
진짜 ADHD환자는 성인이 되어도 집중력 부족 등에 시달린다던데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아무 이유도 없이 사무실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앉는 짓을 7번 반복했다.
같은 책을 또 보면 도저히 눈에 안 들어와서 대학입시나 노무사 수험기간에 비슷한 내용의 책을 여러 권 구입하여 모두 1번만 보고 내팽개친 것도 ADHD와 관련 있을까?
아무리 가르쳐줘도 내가 고스톱 룰을 익히지 못하자 정신지체 같다며 반농담을 했던 지인도 생각난다.
요즘 태어났다면 나는 ADHD의 전형 취급을 받았을까?
저능아 취급 받으며 남들은 다 귀가하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 혼자 남아 공부를 할 때의 기분은 진짜 더러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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