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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우울증,정신건강

요즘 태어났으면 나도 ADHD 취급 받았으려나?

by 강명주 노무사 2021. 11. 5.

초등학교 때 나는 걸핏하면 학교를 빠져나왔다.​

중고딩들은 한창 사춘기라 그럴 수 있다지만 초딩이 이러는 건 나 때도 드물었다.​

집에 가도 반겨줄 사람이 없었기에 그냥 산과 들을 거닐다가 미친개에게 쫓기거나 이상한 무당을 만날 뿐이었지만 그래도 밖이 좋았다.​

하교시간이 가까워지면 엔간하면 학교로 돌아갔다.​

이때라도 돌아가면 함부로 농땡이 친 것에 대한 체벌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눈이 나빠서 칠판 글씨가 안 보이니 공부가 될 리 없었고 언청이(구순구개열)라고 나를 놀리기만 하는 애들과는 전혀 친해질 수 없었다.​

이런 나에게 학교는 그저 감옥일 뿐이라 기를 쓰고 빠져나왔나 본데 이런 이유를 제외하고도 가만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곱셈, 나눗셈도 못하는 나를 선생들은 지진아 취급했다.​

6학년 겨울방학이 되어 이제 중학생이 될 걸 생각하니 맞춤법과 곱셈, 나눗셈 정도는 익혀야 할듯하여 독학을 할 때까지, 나는 정말 학습에 있어 많이 부진했다.​

애들이 하는 놀이에 끼고 싶어도 룰이 잘 이해가 안 가서 낄 수가 없었던 사실도 이제 와 생각하니 꽤나 슬펐던 것 같다.​

지인의 애가 ADHD 판정을 받았단다.​

가만있지 못하고 늘 뛰어 다니며 학습능력이 현저히 낮고 또래들과 거의 어울리지 못한단다.​

이에 대해 듣다보니 내 어린 날이 생각난다.​

전술한 것에 기반하여 판단하면 나도 ADHD였을까? ​

진짜 ADHD환자는 성인이 되어도 집중력 부족 등에 시달린다던데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아무 이유도 없이 사무실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앉는 짓을 7번 반복했다.​

같은 책을 또 보면 도저히 눈에 안 들어와서 대학입시나 노무사 수험기간에 비슷한 내용의 책을 여러 권 구입하여 모두 1번만 보고 내팽개친 것도 ADHD와 관련 있을까?​

아무리 가르쳐줘도 내가 고스톱 룰을 익히지 못하자 정신지체 같다며 반농담을 했던 지인도 생각난다.​

요즘 태어났다면 나는 ADHD의 전형 취급을 받았을까?​

저능아 취급 받으며 남들은 다 귀가하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 혼자 남아 공부를 할 때의 기분은 진짜 더러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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